[스포츠화제]ML 올스톱…스포츠도 '애도'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32분


미국 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사건의 영향으로 미국 내 모든 스포츠경기가 ‘올스톱’됐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버드 셀릭 커미셔너는 12일 “국가적 비극에 대해 조의를 표하며 안전을 고려해 오늘 열릴 예정이었던 메이저리그 전 경기(15게임)를 연기한다”며 “사태의 추이를 봐가며 경기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12일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D조 경기가 열리기전 홈팀 FC 낭트 선수들(오른쪽 녹색 유니폼)과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 선수들이 미국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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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과 날씨가 아닌 긴급사태로 메이저리그 경기를 중단한 것은 125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이번이 4번째. 정규리그가 열리지 못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벌어진 1944년 6월6일 이후 57년만. 1923년엔 워런 하딩 대통령 사망으로 메이저리그가 취소됐으며 1945년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사망 이틀 후 시범경기가 취소된 적이 있다.

1942년 1월15일 루스벨트 대통령이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결정하면서도 “야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했을 정도로 국민적인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전격 중단된 것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78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미국 스포츠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뉴욕 양키스타디움은 뉴욕 쌍둥이빌딩이 첫 번째 테러를 당한 뒤 1시간30분만에 폐쇄됐다. 쌍둥이빌딩과 16㎞ 거리에 있는 양키스타디움은 현재 경찰들이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는 상태. 이날 양키스타디움에선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이 예정됐는데 19승1패를 기록하고 있는 투수 로저 클레멘스(양키스)의 메이저리그 신기록 도전으로 관심을 모은 경기였다.

메이저리그의 남은 경기 일정이 불투명해짐으로써 최고 관심사인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 달성 여부도 지장을 받을 전망. 18경기를 남겨놓고 63홈런을 기록중인 본즈는 이날 휴스턴 엔론필드에서 열리는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 나설 예정이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30개팀에 별도의 통보가 있을 때까지 선수들을 집에서 대기시키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야구뿐만 아니라 자동차경주와 대학미식축구, 프로축구와 여자축구, 경마 등 모든 스포츠경기가 취소됐으며 주말까진 각종 스포츠이벤트가 열리지 못할 전망이다. 하지만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뒤에도 경기를 강행해 비난을 받았던 미국풋볼리그(NFL)는 “이번 주말 예정된 경기를 할 것인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박찬호(LA 다저스)와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서재응(뉴욕 메츠) 등 미국에서 활동중인 한국 야구선수들의 등판에 지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를 위해 이동하기 직전 구단으로부터 “집에서 대기하라”는 연락을 받고 헬스클럽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컨디션을 조절했다.

김병현 서재응은 이번 테러로 신상에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고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를 위해 테러 당일 새벽 뉴욕에 도착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이만수 불펜코치도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럽축구연맹(UEFA)은 12일 성명을 통해 테러 공격의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뜻을 표한 뒤 챔피언스리그 8경기와 UEFA컵 40경기 등 주중에 열리기로 한 경기를 전면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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