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 4강 '테니스 새역사'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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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니세비치가 부러뜨린 라켓 3자루
이바니세비치가 부러뜨린 라켓 3자루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이형택(24·삼성증권)이 세계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투어에서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형택은 24일 밤 영국 브라이턴에서 열린 삼성오픈(총상금 37만5000달러) 단식 준준결승에서 예선통과자인 렌조 후란(30·이탈리아)을 2-0(6-1, 6-3)으로 가볍게 눌렀다.

이로써 이형택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ATP투어 준결승 무대에 올라 톱시드의 팀 헨만(영국)과 크리스 우드러프(미국)의 경기 승자와 25일 결승행을 다툰다.

4강 진출만으로 이형택은 75점의 ATP랭킹 포인트를 따내 지난주 세계 99위에서 다음주 발표되는 랭킹에서는 80위권으로 진입할 전망. 또 1만8400달러의 상금을 확보했다.

이날 이형택은 안정된 스트로크와 과감한 네트 공략을 앞세워 첫세트를 단 한게임 만 내준채 가볍게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 들어 게임스코어 3-3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7번째 게임에서 후란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 한뒤 내리 2게임을 더 따내 승리를 결정지었다.

한편 전날 벌어진 2회전에서 이형택은 시속 220㎞를 웃도는 광속 서브로 유명한 강호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에게 행운의 기권승을 거뒀다. 이바니세비치는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앉자 격분한 나머지 갖고 온 테니스채 3자루를 모두 부러뜨렸고 더 이상 쓸 라켓이 없어 경기를 포기한 것.

프로들이 한 대회를 치를 때 6∼10자루의 라켓을 챙기는 게 보통. 하지만 이바니세비치는 지난주 파리에서 대회를 끝내고 곧바로 이 대회에 출전하는 바람에 미쳐 준비를 못한데다 최근 성적이 나빠 초반 탈락이 잦았던 탓에 그 절반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봤다.

이날 이바니세치는 이형택의 정교한 스트로크와 강력한 서브에 고전하면서 애꿎은 라켓에 화풀이한 것. 세트스코어 1-1로 맞서는 동안 2개의 라켓을 무용지물로 만든 이바니세비치는 3세트 게임스코어 15-40 상황에서 마지막 라켓마저 꺾었고 2번째 경고로 벌점까지 받아 한게임을 내줬다. 가방에 더 이상 라켓이 남아있지 않게 된 그는 어쩔 수 없이 백기 를 내걸었다. ATP투어 사상 라켓이 없어 경기를 그만둔 적은 이번이 처음.

경기 도중 쓰레기통을 걷어차고 관중석에 공을 때리는 등 거친 매너를 보인 이바니세비치는 "차라리 출전하지 않는 게 나을 뻔했으며 다음 대회 때는 15자루를 갖고 나오겠다"고 큰소리쳤다.

강서버 로 이름을 날리며 최고 권위의 윔블던에서 3차례에 준우승을 차지한 세계 강호 이바니세비치는 기량보다도 불같은 성질을 잘못 다스려 망신만 톡톡히 샀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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