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보증섰다가 2억 날린 김원기

  • 입력 2000년 9월 25일 14시 53분


“영업소장은 종합 예술인입니다. 전문 지식과 행동으로 고객과 직원을 감동시키지 않는다면 이 바닥에서 성공하기 힘듭니다.”

삼성생명 광명지점 교육 차장으로 일하는, 84년 LA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김원기(39). 그는 89년 보험회사 직원으로 새출발한 뒤 전국 각지의 영업소장을 거쳐 올해부터는 교육 관리자로 나섰다. 금메달로 받은 상금을 형제들 집 장만하는데 고스란히 쏟아부은 후 빈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다가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2억원이란 엄청난 액수의 빚을 떠맡게 됐다. 써보지도 못한 남의 빚을 갚는 일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4년 동안 눈물겨운 노력 끝에 모든 빚을 청산하고 절치부심, 사회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더욱 더 보험 일에 매달리게 됐다는 김원기. 금메달리스트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 사업을 시작할까 생각해 보았지만 다양한 사회현상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과감히 직장 생활을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보험 영업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전문 지식과 어려운 용어들을 알기 쉽고 간략하게 설명해내는 입심이 부족해 초반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운동을 통해 얻었던 명예는 이미 과거일 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사회에서 더 대우받는 게 아니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금메달을 버리고 나왔다는 김원기는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공부했고 말솜씨를 늘리기 위해 사람 만나는 일도 꾸준히 했다. 김원기의 꿈은 소박하지만 거창하다. 삼성생명 이사까지 오른 후 양로원을 차려 오갈 데 없는 노인들에게 편한 쉼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88서울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4kg급의 김영남(41)은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살고 있다. 그가 이역만리 카자흐스탄까지 건너가게 된 것은 서울올림픽 당시 결승전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카자흐스탄의 다울렛 때문. 올림픽 출전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다울렛은 김영남에게 사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김영남은 2년 전 서울에 (주)코앤카란 무역회사를 차려 창업 1년 만에 카자흐스탄에 국산 자동차와 의약품을 수출, 400만 달러(약 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금은 가족 모두가 카자흐스탄으로 이민, 한국 식당을 경영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이영미/스포츠라이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