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헌은 88올림픽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금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 속에 영광의 기쁨보다는 뼈아픈 상처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시헌은 결승에서 미국의 로이 존스와 맞붙었다. 당시 박시헌은 경기내용으로는 뒤지고서도 3-2 판정승을 거두었다. 경기 후 미국측에서 심판 매수설을 주장하며 강력히 항의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정식으로 제소함으로써 논란이 확대됐다.
편파판정 시비는 10년이나 계속됐다. 97년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로이 존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함으로써 박시헌은 오랫동안 가슴을 짓눌러왔던 무거운 굴레를 벗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박시헌은 그 날 경기는 자신이 진 경기라고 솔직히 고백한다.
“차라리 은메달을 땄다면 더 떳떳했을 거예요. 금메달 따고 바보가 된 사람은 저밖에 없을 거예요. 요즘도 학생들이 그 때 일을 물어봐요. 솔직히 얘기하죠. 진 게임인데 심판이 내 손을 들어줬다고.”
이영미/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