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00]佛 천하통일…가속도 붙은 예술축구

  • 입력 2000년 7월 3일 18시 24분


‘예술축구와 속도축구의 절묘한 조화.’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0)는 세계최강 프랑스축구의 진면목을 입증해준 무대였다.

3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프랑스-이탈리아의 결승.

전후반 90분이 모두 지난 뒤 대기심이 로스타임 4분 이라고 알릴 때만해도 1-0으로 리드하던 이탈리아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준결승에서도 ‘10명’으로 네덜란드를 격파했던 이탈리아의 ‘빗장수비’. 이날도 빈틈을 찾을래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물샐틈이 없었다. 이탈리아는 후반 10분 마르코 델베키오가 선제골을 넣은 뒤 단단히 빗장을 잠그며 샴페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주전같은 벤치멤버’ 를 대거 투입, 로스타임 3분이 지날 무렵 시뱅 윌토르가 그렇게도 굳건히 닫혀있던 이탈리아의 골문을 열어 젖혔다.

프랑스가 연장 전반 13분 다비드 트레제게의 골든골을 넣어 이탈리아를 2-1로 꺾고 16년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98월드컵에 이어 유럽선수권까지 ‘축구 천하통일’을 이뤄내는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에선 프랑스 축구의 또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체구가 작고 골잡이가 없어 미드필드를 강화하는 플레이메이커의 축구를 구사했다. 80년대 미셸 플라티니란 걸출한 스타 때문에 세계를 호령했고 98년엔 지네딘 지단이란 거물에 기대어 월드컵을 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결승에선 달랐다. 프랑스는 최고의 게임메이커 지단과 골잡이 티에리 앙리, 크리스토프 뒤가리, 유리 조르카예프 등이 이탈리아의 수비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하자 변화를 꾀했다. 수비에 일가견이 있는 이탈리아가 플레이 스타일을 파악하고 대처하자 로제 레메르 프랑스 감독이 즉시 트레제게와와 윌토르, 피레스 등 스피드가 좋은 벤치멤버를 투입, 승부수를 띄운 것.

그리고 이 전략은 적중했다. 그동안 못보던 ‘막강 교체멤버들’이 휘젓고 다니자 이탈리아의 철벽 수비가 틈을 보였다. 결국 프랑스는 교체멤버 윌토르와 트레제게가 연속으로 골을 뽑아내 벼랑끝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강력한 미드필드를 자랑하는 프랑스. 막강 교체멤버에 레메르감독의 용병술이 어울어지는 한 ‘유럽킹’을 넘어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에 우뚝 선 것이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