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기]경기고, 부천고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 입력 2000년 7월 2일 16시 25분


6-6 동점인 9회말 2사 만루.

볼카운트 2-3에서 마지막 7구째 낮은 변화구가 볼로 선언되자 타자 이경환은 방망이를 번쩍 치켜들며 환호했고 마운드에 선 부천고 투수 김범석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대회 첫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

강력한 우승후보 경기고가 '부천고 돌풍'을 잠재우고 대망의 결승전 티켓을 따냈다.

2일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쟁탈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준결승전에서 올 대통령배 준우승팀인 경기고는 부천고에 7-6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대회 첫 우승을 노리게 됐다.

이날 경기는 시종 쫓고 쫓기는 대접전이 펼쳐져 끝까지 승부를 점치기 힘들었다.

먼저 기선을 잡은 것은 부천고.팀배팅이 돋보인 부천고는 3회 무사 2,3루에서 2번 박준환의 2루수 땅볼과 3번 최훈락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얻었다. 4회에도 7번 이재현의 적시타로 3-0.

하지만 경기고는 만만하게 물러날 팀이 아니었다.4회말 볼넷 2개와 야수선택으로 맞은 무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1득점한뒤 6번 이경환의 희생플라이로 2-3 한점차까지 쫓았다.

경기고는 연투에 지친 에이스 이동현이 5회와 7회 연속실점,7회까지 6-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8회부터 역전드라마를 엮어내기 시작했다.

8회 무사 2,3루에서 7번 서동욱의 2타점짜리 적시타로 5-6 한점차.2사 2루에선 어이없는 본헤드 플레이가 오히려 전화위복 이 돼 동점을 만들었다. 2루주자 서동욱이 투수가 공도 던지기 전에 3루도루를 시도한 것. 완전한 아웃타임이었지만 깜짝 놀란 부천고 투수 황성호가 3루수에게 던진 공이 빠져 6-6 동점.

이 한점으로 분위기는 경기고쪽으로 넘어갔고 기세가 오른 경기고는 9회 안타 하나 없이 4사구 4개로 결승점을 뽑고 숨막혔던 3시간 8분의 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짜임새 있는 수비 조직력과 팀플레이를 앞세워 대회 내내 돌풍을 일으킨 부천고는 빅게임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들이 막판 흔들리는 바람에 올해 첫 전국대회 4강진출에만 만족해야 했다.

<김상수·주성원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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