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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2월 16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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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프로농구는 토종선수의 전유물인 최고 3점슈터의 명예를 놓고 두 동기생이 그 어느해보다 뜨거운 공방을 펼쳐 팬의 흥미를 더하고 있다.
마지막 5라운드에 들어간 16일 현재 조성원이 38경기에서 116개를 성공시켜 경기당 평균 3.11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문경은은 34경기에서 102개(평균 3.00개)를 넣어 뒤를 쫓고 있다. 3위는 동양 오리온스의 전희철(평균 2.64개).
7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조성원이 문경은을 12개로 앞서고 있어 역전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한국농구연맹(KBL)이 시상하는 3점슛상은 경기당 평균으로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그야말로 ‘종이 한장 차이’다.
3점슛에 관한 한 지난해까지만 해도 ‘람보슈터’ 문경은의 독무대.
데뷔 첫해인 97∼98시즌 169개를 성공시켜 경기당 평균 3.76개의 놀라운 성적으로 첫 타이틀을 따냈던 그는 98∼99시즌에는 방콕아시아경기 대표로 뽑혀 34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112개(평균 3.29개)를 몰아넣어 45경기에서 105개(평균 2.33개)를 넣은 팀동료 이슈아 벤저민을 제치고 2년연속 3점슛왕에 올랐다.
이에 비해 조성원은 ‘재야의 3점슛왕’.
프로데뷔 후 무관에 머물렀지만 포스트시즌만 되면 결정적인 3점슛을 터뜨려 팀의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고 지난 시즌에는 플레이오프 MVP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이들은 경기 스타일에서도 ‘난형난제’의 기량을 자랑한다.
1m90, 86㎏의 ‘람보 체격’을 자랑하는 문경은은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신들린 슛감각이 장기. 반면 부상과 기복이 심한 게 약점이다.
조성원은 포워드치고는 국내 최단신인 1m80, 77㎏의 왜소한 체격이지만 100m를 11초에 주파하는 발군의 스피드와 용수철처럼 뛰어오르는 탄력과 체력의 3박자를 두루 갖춘 선수. 다른 선수들의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4쿼터에 3점슛을 몰아넣어 ‘4쿼터의 사나이’로 불린다.
이에 따라 올 시즌은 오히려 문경은이 조성원에 도전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과연 문경은이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3점슛 왕에 등극할 것인가, 아니면 조성원의 첫 타이틀 획득이냐. 시즌 막판 중위권팀의 치열한 6강 다툼만큼이나 그 결과가 궁금하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