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에 1m68, 56㎏의 이봉주, 32세에 1m65, 55㎏의 코스게이.최고기록은 이봉주가 98년 4월 로테르담에 세운 2시간07분44초, 코스게이는 99년 4월 역시 로테르담에서 세운 2시간07분09초. 공교롭게도 1년 차로 같은 코스에서 세운 기록으로 35초 차. 이런 기록 차라면 거의 막상막하라 해도 좋을 정도.
그러나 바로 이 ‘바늘틈 만한’ 차이가 결국 승부를 갈랐다. 이봉주는 지구력은 강했으나 스피드가 약했고 결정적인 순간에 ‘한판 승부’를 걸만한 배짱이 부족했다. 코스게이는 전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대부분의 케냐선수들이 그렇듯 학 같은 긴다리로 가볍게 치고 나갔다.
38㎞지점. 먼저 코스게이가 치고 나갔지만 이봉주도 만만치 않았다. 코스게이의 등 뒤에 바짝 따라붙었다. 이후 코스게이가 치고 나가면 이봉주가 따라 붙는 신경전이 39㎞지점까지 5차례나 계속됐다.
마침내 38.8㎞ 지점 오르막길. 코스게이가 또 치고 나가자 이봉주는 한걸음 두걸음 처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봉주는 안간힘을 다해 다시 한번 따라붙기를 시도했다.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39.6㎞ 지점부터 둘의 거리 차는 더 벌어졌다. 이봉주는 40㎞지점에서 물을 마신 뒤 마지막 따라붙기를 시도해 봤으나 이미 코스게이는 한참 앞서 나간 뒤였다.
한편 백승도는 35㎞지점까지 5명의 선두그룹에 속해 잘 뛰었으나 그 이후부터 힘이 부쳐 뒤로 처졌다.
<김화성기자>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