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역 백사장은 고개숙인 중년들 사색터』

  • 입력 1998년 3월 9일 19시 49분


탁트인 동해가 보이는 정동진역. TV드라마 ‘모래시계’의 무대가 된 이후 젊은이들의 발길이 잦아진 강원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의 작은 역이다.

이곳에 요즘 중년부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실직자들이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아 허전한 마음을 달래면서 한편으론 재기를 다지고 있는 것.

9일 오전에도 40,50대 중년부부의 모습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지난달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 직장을 잃었다는 강모씨(45·서울 마포구)는 “탁트인 바다를 보면 울적한 마음이 풀릴 것 같아 새벽기차를 타고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또 이모씨(51·서울 강남구)는 “그동안 못했던 얘기를 아내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계기가 됐다”며 “어떻게 보면 명예퇴직으로 비로소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정동진역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젊은 연인들이 주로 이곳을 찾았으나 요즘 중년 남성들이 부쩍 늘었다”며 “이들은 대부분 백사장을 거닐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강릉〓경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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