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박찬호 『일제車 때문에…』…인기열풍 골머리

  • 입력 1997년 10월 17일 20시 11분


한국인들의 선동렬(주니치 드래건스)과 박찬호(LA다저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리고 선동렬과 박찬호는 고국팬들의 사랑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최근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의 하나가 될 수 있는 사례가 두 선수에게 똑같이 발생했다. 그 문제는 공교롭게도 외제차 문제. 일본진출이후 자가용 없이 줄곧 택시를 타고 다녔던 선동렬에게 왜 외제차문제가 불거졌을까. 그 발단은 올 시즌 소속팀 주니치의 MVP로 뽑힌 후 부상으로 받은 5백만엔(한화 약 4천만원)상당의 도요타 크라운 승용차. 선동렬은 일제차를 탔을 경우 한국의 팬들로부터 공연한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 곧바로 팔아 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게 그리 간단치 않았다. 도요타 자동차측에서 선동렬에게 한번이라도 좋으니 팬들에게 차를 타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간곡히 요청한 것. 물론 그 차를 어떻게 처분하건 그것은 선동렬 마음. 하지만 세상 사는 게 어디 그런가. 동료들도 『6개월 정도만 타다가 중고차 시장에 내놓으면 「선동렬이 탔던 차」라고 해서 새차보다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며 팔지 말라고 말렸다. 결국 선동렬은 고민끝에 그 차를 타지는 않고 아파트 차고에 잠시 보관한 후 처분하기로 했다. 박찬호도 외제차 시비에 말려있다. 열성팬들이 PC통신 등을 통해 그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를 놓고 입씨름을 벌인 것. 박찬호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95년 3만5천달러(약 3천1백50만원)를 주고 산 미쓰비시 몬테로 4륜구동차. 다저스의 동료투수인 라몬 마르티네스가 굴리는 메르세데스 벤츠 S600(13만달러, 약 1억2천만원)과 비교하면 수수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일부 팬들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 자동차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박찬호가 미국에서 국산차를 타고 다녔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한다. 또 다른 팬들은 『스타도 사생활이 있다』며 『모든 것을 애국심과 연결하는 것은 단세포적 발상이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선동렬의 처신이 옳은가. 박찬호의 태도가 옳은가. 아니면 두 사람 모두 나름대로 다 옳은가. 그 대답이야 어쨌든, 스타란 아무나 되는 게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김화성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