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야구부,130번 싸워 130번 졌어도 자랑스럽다

  • 입력 1997년 10월 13일 08시 04분


단 한번도 공식시합에서 이긴 적이 없는 야구부. 그나마 70%는 콜드게임패. 79년 창단 이후 무려 1백30연패(連敗)라는 보기드문 기록을 세운 서울대 야구부는 프로로 전락한 대학야구계에서 유일하게 순수한 아마추어정신을 지켜왔다. 『33―2, 35―3…. 국내야구 최다점수차 기록은 늘 우리 야구부가 기록하고 경신해왔지만 패기와 열정은 어느 팀보다 강합니다』 동네야구가 전부인 선수들, 한학기에 50만원에 불과한 학교지원금. 서울대 야구부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유망 고교선수 한명을 수천만원씩에 스카우트해온 타대학 야구부와 맞서 왔다. 사범대 체육교육학과 학생이 주축인 야구부원은 모두 16명. 인문대 법대 사회대생 등 순수아마추어들도 6명이나 된다. 응원과 자질구레한 일, 상대편 전력분석 등을 도맡아하는 여학생도 있다. 주장 조대인(趙大仁·22·체육교육과3년)씨는 『수업을 마친 저녁시간에 모여 일주일에 세번 연습을 한다』며 『각자 주머닛돈을 모아 겨울철에는 동계합숙훈련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학기초 실시되는 공개모집 때마다 「내가 서울대 야구부를 일으켜 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진 신입부원들이 가입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꿈은 곧바로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그러나 이들의 야구사랑 열정은 연패에도 결코 꺼지지 않는다. 이런 서울대 야구부원들의 열정에 물을 끼얹은 사건이 올해초 일어났다. 1월 대학야구연맹이 대학별로 3백만원의 회원가입 등록비를 거뒀고 가난한 서울대 야구부는 이를 낼 수조차 없어 「97 봄철 대학야구대회」 출전권을 박탈당했다. 서울대 야구부가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태어날 날은 언제나 가능할까. 〈이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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