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아테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백m에서 우승, 대회 2연패를 이룬 안나 퀴롯(34·쿠바)은 치명적인 시련을 딛고 일어선 인간승리의 대명사.
그는 지난 93년초 스토브에 불이 켜진 줄 모르고 기름을 넣다 옷에 불이 붙어 온몸에 3도 화상을 입고 생명까지 위독했으나 재기에 성공, 전세계 스포츠팬들을 감동시킨 주인공.
화마에 온 몸을 그을린 퀴롯은 8개월간 일곱차례의 수술을 받는 동안 예뻤던 얼굴은 흉측하게 변해버렸고 입원중 여아를 출산했으나 1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 고통이 더했다.
결혼을 약속했던 높이뛰기 세계기록 보유자 하비에르 소토마요르마저 결별을 선언,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칠대로 지친 퀴롯은 그러나 삶에 대한 의지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수차례의 피부이식 수술로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는 몸을 이끌고 피부가 찢어지는 육체적 고통을 참아내며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 그의 노력에 끝내 하늘마저 감동하고 말았다.
87∼90시즌까지 8백m에서 전무후무한 39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복귀 1년7개월만에 쿠바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에 이른다.
그는 여세를 몰아 95예테보리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올들어서는 시즌 최고기록을 작성하며 전성기때 이상의 기량으로 당당히 우승, 세계선수권 2연패를 일궈냈다.
다시 정상의 자리에 선 퀴롯. 『항상 최선을 다하고 대회에 나가 승리할 수 있는 한 계속 트랙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로 세계육상팬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장환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