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세계선수권]존슨-베일리 『얄궂은 승부의 세계』

  • 입력 1997년 8월 6일 20시 29분


마이클 존슨(29·미국)과 도너번 베일리(30·캐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의 자존심을 걸고 장내는 물론 장외에서까지 불꽃튀는 경쟁을 벌였던 이들 두 단거리 스프린터의 인생유전이 흥미롭다. 존슨은 90년대 초반부터 2백m와 4백m에선 적수가 없었던 「무적」. 96애틀랜타올림픽에선 올림픽 1백년 사상최초로두 종목을 동시석권하는위업을달성하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냈다. 1백m의 베일리는 미국육상계의 그늘에 가려 뒤늦게 가능성을 인정받은 케이스. 8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칼 루이스―르로이 버렐―데니스 미첼의 「삼각편대」는 그에게 너무나 큰 벽이었다. 그러나 베일리는 애틀랜타의 폭염을 뚫고 버렐의 세계기록을 2년만에 0.01초 앞당기며 스타탄생에 성공했다. 이들의 끈끈한 인연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먼저 베일리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육상연맹은 돈과 언론의 힘을 빌려 세계육상을 망쳐놓고 있다』며 존슨과의 한판 승부를 제의했다. 세계를 주목시킨 여러차례의 설전이 오간 후에 이들은 지난 6월2일 캐나다 토론토 스카이돔에서 1백50m 레이스를 벌이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베일리의 한판승. 존슨은 레이스 도중 허벅지 근육부상을 호소하며 주저앉고 말았다. 전세계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존슨은 물론 미국 육상계가 베일리의 캐나다에 톡톡히 망신을 당한 것이다. 그러나 존슨은 역시 위대한 선수였다. 계속된 부상과 자신감 상실에 시달리면서도 존슨은 6일 새벽 아테네에서 열린 97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대회 3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존슨은 예선 2회전에서 45초39로 8명의 준결승 진출자 중 7위에 그쳐 우승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지만 특유의 스피드와 오기로 완벽한 승리를 일궈냈다. 반면 올들어 다리경련을 호소한 베일리는 미국의 신예 모리스 그린에게 왕관을 내주고 2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제 이들은 함께 손잡고 새로운 적을 맞아야 한다. 이번 세계선수권의 특징은 세대교체. 그린, 아토 볼드(트리니다드 토바고), 타이리 워싱턴(미국) 등 10,20대 신예들의 도전에 맞서 이들은 함께 노장의 자존심을 지켜가야 한다. 〈장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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