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기수들 해괴한 징크스 많다…말엉덩이 소금뿌리기도

  • 입력 1997년 4월 12일 08시 43분


1백분의 1초차이로 순위가 갈리는 숨막히는 승부의 세계. 극도의 긴장속에서 매경주 사력을 다해야하는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 사는 경마기수들은 심리적 부담의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징크스를 갖고 있다. 대부분의 기수들이 징크스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신경을 쓰는 눈치. 어쩌다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징크스에 매달리는 정도가 심해지기도 한다. 기수징크스중 가장 비율이 높은 것은 이른바 「신체발부 수지부모형」. 경주에 출전하는 날은 면도나 목욕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손발톱을 깎지 않는 등 신체부위에 전혀 손을 대지 않는 유형이다. 음식을 철저히 가려먹는 「식이요법형」도 보편화된 징크스중 하나. 말과 운명을 함께 해야하는 경마의 특성상 말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경주전날부터 육식을 삼가거나 생선을 먹지않는 기수들이 여기 해당한다. 수험생이 시험당일 미역국을 먹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미역국을 안먹는 기수도 있다. 말에서 미끄러지면 바로 낙마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평소 아끼는 물건을 갖고 말에 오르는 「물품소지형」도 의외로 많다. 실제로 자신이 믿는 종교에 따라 염주나 묵주, 십자가 등을 소지하고 출전하는 기수들이 상당수 있다. 안병기 김택수 정호익 등 기독교신자들은 항상 십자가목걸이를 걸고 경주에 임하고 있으며 불교신자인 송석헌 우창구 전기혁기수 등은 소형염주를 손에 끼고 고삐를 잡는다. 가톨릭신자인 박태종기수는 몇년전까지만해도 묵주를 목에 걸고 다녔으나 최근 불편을 느껴 그만둔 상태. 대신 그는 한동안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나면 성적이 저조해지는 묘한 징크스를 나타내기도 했다. 기수뿐 아니라 조교사들사이에서도 경주와 관련된 징크스가 있다. 주로에 나서기 전 장안소에서 출전마의 엉덩이에 소금을 뿌리는 권승주조교사가 대표적인 경우. 원래 일본경마계에서 널리 퍼져있는 이 관습은 액운을 쫓고 무사고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많은 기수들이 출전직전 대기장소에서 긴장과 불안을 달래기 위해 호두알을 굴리거나 손으로 지압기를 만지는 것도 일종의 징크스로 볼 수 있다. 기수들은 『사고의 위험과 성적에 대한 중압감이 묘한 버릇이나 특유의 징크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다면 징크스가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헌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