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8] 교육감 후보 공약 2069건 분석
58명중 55명 “학력 저하 해결”… “무상 AI” 막대한 예산 물량 공세
교사 증원-행정업무 축소 등 교육감 권한 없는 공약도 많아
6·3 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낸 후보 대부분은 ‘기초학력을 회복시키겠다’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걸었다. 전체 58명 후보 중 3명을 제외하고 일제히 팬데믹 이후 심화된 기초학력 저하와 문해력 격차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감에 재도전하는 정근식 후보는 모든 학교에 ‘기초학력 전문교사’를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의 또 다른 후보인 김영배 후보를 비롯해 임성무(대구), 임전수(세종), 박현숙(강원) 후보도 대상 학년은 다소 다르지만 수업당 교사 2명을 배치해 학습 부진을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공약들이 교육감 권한을 넘어서는 ‘공약(空約)’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1수업 2교사제를 도입하려면 교원을 더 늘려야 하는데 이는 교육부의 권한”이라며 “학생 수가 줄면서 전반적으로 교사 정원을 축소하는 흐름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 교육 효과 의문인 ‘물량 공세’식 공약 경쟁
25일 동아일보의 의뢰로 올해 교육감 후보 공약을 평가한 전문가들은 교육감 권한 밖이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공약들이 상당수라고 진단했다. 특히 과거 선거와 달리 교육 현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교사 수를 늘리거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물량 공세’ 방식의 경쟁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13명의 전문가는 강우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연구팀이 전수 분석을 통해 11개 주제로 분류한 공약들을 평가했다.
교육감 후보 54명이 공약으로 내건 ‘AI 교육 강화’에서도 물량 공세식의 무상 지원이 많았다. 원성수 후보(세종)는 “무상급식, 무상교복을 넘어 무상 AI 시대”라며 스마트기기 구매와 AI 구독 바우처를 약속했다.
이대형 후보(인천)는 AI 플랫폼 무상 제공을, 김대중 후보(전남광주)는 모든 학생에게 스마트기기를 보급하겠다고 했다. 강숙영 후보(전남광주)는 AI 맞춤 학습이 가능한 초중고교 전 과정 무료 강의를 제공해 “서울 대치동 수준의 공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후보들이 AI 교육의 실질적인 효과나 부작용 등을 따지기보다는 유권자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AI 무상 제공만 부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총장은 “학생들이 제대로 된 감독 없이 AI에 노출되면 집중력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 “교육감 권한 밖” 공약 수두룩
‘기초학력 신장’과 관련해서도 교사 수를 늘리는 공약 외에 학습성장센터나 학습부진 진단 시스템 등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이 적지 않았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명예교수는 “각종 센터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이 많은데 센터를 늘린다고 교육의 질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기초학력 진단평가의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이에 대한 공약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감 후보 52명은 ‘교권 보호 공약’도 일제히 내놨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로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임태희 후보(경기)는 ‘원스톱 교권 보호 시스템’과 ‘법률 지원’ 등을 내걸었다. 임성무 후보는 교육청이 주도하는 정책 절반을 줄이겠다고 했다. 김성근 후보(충북)는 교육 활동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의나 중대 과실이 없으면 ‘공소권 제한’을 약속했다. 김진균 후보(충북)는 교직 수당 50만 원 인상을 공약했다. 교사들에게 마사지 및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후보(대구 서중현)도 있었다.
문지영 한국교원대 학교경영연구소 연구교수는 “교권 보호 공약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돕겠다는 사후 지원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며 “공소권 제한, 행정 업무 축소 등은 교육감에게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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