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통보를 받은 뒤 채용이 취소된 사건에서 법원이 부당해고로 판단했다. 합격 통보만으로도 근로계약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이 쟁점이 됐다. 챗GPT 생성 이미지
연봉 1억2000만원 조건의 합격 통보를 받은 지원자가 몇 분 뒤 채용 취소 통보를 받았다. 출근도 하기 전 상황이었지만 법원은 이를 부당 해고로 판단했다. 합격 통보만으로도 근로계약이 성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한 핀테크 기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사건은 회사가 문자로 합격 통보를 한 뒤 몇 분 만에 채용 취소를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채용 취소 자체보다 합격 통보가 언제 근로계약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법적 기준에 있다.
● 합격 통보가 곧 계약일 수 있는 이유
많은 사람들은 계약서를 작성해야 고용 관계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나정은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채용 공고에서 연봉이나 근무지 등 주요 근로조건이 이미 확정돼 있다면 지원자의 입사 지원은 계약 체결 의사로 볼 수 있고, 회사가 합격 통보를 하는 순간 계약 승낙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근로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연봉이나 근무지, 업무 내용 등 핵심 근로조건이 구체적으로 특정된 경우에는 이러한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더 높다. 이번 사건에서도 회사는 연봉 1억2000만원과 출근 시점, 근무처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 ‘합격 문자’는 증거…‘취소 문자’는 절차 위반
이번 사건에서 회사는 합격 통보와 채용 취소를 모두 문자 메시지로 전달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회사가 채용 취소 당시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문자 메시지로 취소 통보만 했을 뿐, 법이 요구하는 방식의 해고 통지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결국 합격 통보 문자 자체는 계약 성립의 증거가 된 반면, 취소 문자는 절차적 하자를 드러내는 근거가 된 셈이다.
● 연봉 1억2000이어도 ‘근로자’ 인정
이 사건에서 회사는 지원자가 일본 법인의 전문경영인으로 채용될 예정이었고 일반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사 대표가 면접 이후 근무시간, 근무 장소, 연봉 등을 안내했고 지원자가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연봉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 “출근 전이면 취소 가능?” 흔한 오해
이 사건이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온라인에서 “출근도 하지 않았는데 왜 해고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실제 근무 시작 여부와 계약 성립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나 변호사는 “근로계약은 실제 근무 시작 여부와 관계없이 성립할 수 있다”며 “채용 공고에서 조건이 명확하게 제시된 경우 합격 통보 시점에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는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근무시간·근무 장소·연봉 등 주요 근로조건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경우에는 합격 통보만으로도 근로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채용 공고나 합격 통보 단계에서 ‘연봉 추후 협의’ 등 핵심 근로조건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후 협의 과정이 필요해 계약 성립 여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 합격 통보 뒤 채용 취소…법원이 본 법적 기준
합격 통보 이후 채용이 부당하게 취소됐다면, 구직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
나 변호사는 “부당해고 사건은 소송에 앞서 노동위원회 구제 절차를 통해 판단을 받을 수 있다”며 “회사 측이 해고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부당해고로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합격 통보가 단순한 안내가 아니라 법적 책임이 따르는 의사 표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 팩트필터|구직자가 부당한 합격 취소를 당했다면 · 먼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 · 회사에 경영상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지원자가 허위 경력을 제출한 경우 채용 취소가 정당한 해고로 인정될 수 있음 · 실제 근무 전 단계라면 해고 예고제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큼 (근로기준법상 해고 예고 의무는 통상 3개월 이상 근무자에게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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