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동물-환경의 건강과 행복 지키는 신기술-신산업 ‘집중 발전 전략’ 박차
수의학-바이오에 의료 공학 법률 인문 연계해 국가 미래 이끌 토대 구축
아시아 최대 동물병원 신축 스타트 연구-임상-교육 통합 인프라 확보 기대감
건국대학교 서울 캠퍼스 전경
건국대학교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도 수의과대학이나 동물병원, 그리고 건국대학교병원을 떠올리는 이가 많을 것이다. 최근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는 농축산, 식품, 바이오 분야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고, 이공계를 제외한 분야에서 부동산, 경영,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을 건국대 간판으로 꼽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5년 뒤인 2031년, 창학 100년을 맞는 건국대는 지금까지 쌓아온 이런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 톱(top)5 및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이라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치열하고 진중하게 달리고 있다.
● 농축산-의학-과학은 창학의 모태
건국대는 1931년 창학 당시부터 농업과 축산, 그리고 의학을 국가 발전의 핵심 분야로 정하고 관련 인재 배출에 주력했다. 학교 설립자인 상허 유석창(常虛 劉錫昶·1900∼1972) 박사는 소년 시절 아버지를 따라 만주로 건너가 항일독립운동에 힘을 보탰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진학해 의술을 통해 나라를 돕겠다는 인술보국(仁術保國)의 길을 걸었다.
유 박사는 광복 전에는 가난한 민중을 치료하기 위해 사회영 중앙실비진료원(社會營 中央實費診療院)을, 광복 후에는 나라를 바로 세울 인재를 키우기 위한 조선정치학관(朝鮮政治學館)을 각각 설립했다. ‘항상 나라를 생각하고 민족을 위해 마음을 비운다’는 뜻의 호 ‘상허’처럼, 그의 삶은 교육과 의료를 통한 실천으로 이어졌고 그가 세운 민중병원은 건국대병원의 전신이 됐다.
특히 유 박사는 식량 자립과 과학기술 진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통찰 아래 농축산과 바이오를 중심으로 건국대 초기 교육 체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정신은 오늘날에도 건국대 곳곳에 깊게 뿌리내렸고 수의학과 바이오 분야 학문의 체계적 발전으로 이어졌다.
● 원헬스 전략의 진화 ‘KU AI 원헬스’
2031년 창학 100주년을 앞둔 건국대는 이런 뜻깊은 전통을 계승해 왔다. 2024년 취임한 원종필 총장이 선포한 특성화 발전 전략 ‘KU 원헬스(One-Health)’가 대표적이다.
원헬스는 바이오, 의료, 정책, 법률, 경제, 문화 같은 다양한 학문 분야를 연계해 동물과 인간 그리고 환경이 상생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든 개념이다. 특히 건국대가 오랫동안 학문적 기반을 축적하며 여타 대학보다 강점이 있다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수의학, 동물 바이오, 첨단 바이오 분야를 토대로 구체화한 발전 전략이다.
건국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최근 원 총장은 기존 원헬스 전략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확장한 ‘KU AI 원헬스’ 비전을 발표했다. AI를 토대로 한 첨단 기술을 활용해 인간-동물-환경이 함께 건강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국대는 △AI 기반 동물 바이오 특성화 △AI 기반 의약학 인프라 고도화 △AI 기반 환경보전 시스템이라는 세 가지 중점 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통합 원헬스 생태계’를 만들 것을 선포했다.
AI 기반 동물 바이오 특성화를 위해서는 차세대 펫테크(Pet-Tech·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기술로 반려동물 건강관리, 안전, 교육 등을 돕는 기술) 사업을 선도할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AI 기반 동물 정밀 의료 모델을 확립할 예정이다. AI 기반 의약학 인프라 고도화 차원에서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구축하고 AI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의료 체계를 고도화하는 ‘KU-의료 데이터 뱅크’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AI 기반 환경보전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탄소 배출을 저감하고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환경친화적 소재 개발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건국대 수의대, 동물병원, 공동연구원 등에서 건국대 의료진과 연구진이 ‘원헬스’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건국대 제공
● 수의대, 국내 최고 넘어 글로벌 톱 반열
동물과 바이오 분야를 주축으로 하는 원헬스 전략의 핵심은 건국대 수의과대학이다. 건국대 수의대와 부속 동물병원은 글로벌 수준의 임상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2024년 건국대 동물병원은 아시아 소재 대학 동물병원 최초로 ‘국제 수의 응급 중환자의학회(VECCS)’ 2등급(Level 2) 인증을 획득했다. 수의 응급 및 중환자 진료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인 VECCS 2등급은 미국 밖 국가가 획득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이다.
건국대 수의대의 VECCS 2등급 인증 획득은 병원 시설, 진료 시스템, 인력 구성, 장비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응급 및 중환자 치료 체계가 국제 상급 기준에 부합한다고 공식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건국대는 2016년 국내 최초로 수의응급의료센터를 체계화해 응급 및 중환자 의학 분야를 선도해 왔다. 수의대 학생회 또한 VECCS 학생 조직 ‘SVECCS’에 국내 최초로 정식 가입해 학부 단계부터 글로벌 학술 네트워크와 연결돼 선진 수의학을 배우면서 이끌고 있다.
● 다양한 연구 성과 쏟아져
연구 역량 역시 다층적이다. 건국대 수의대 김시윤 교수팀은 하버드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세종대 등과 함께 3년간 70억 원 규모 심장 오가노이드(organoid·장기 유사체)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심장 오가노이드란 줄기세포 분화 능력을 이용해 복잡한 심장 구조와 기능을 유추해 볼 수 있도록 만든 3차원 미니 장기(臟器)를 말한다. 신약 후보의 효능과 독성 평가, 질환 연구, 세포 치료제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심장 오가노이드 연구는 동물 실험을 대체할 차세대 실험법을 제시할 수 있다. 또 연구 성과가 신약 개발 생태계와 연결돼 임상 검증 및 실제 치료로 확장될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감염병 연구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수의대 이동훈 교수팀의 ‘조류인플루엔자(H5Nx)의 장기 진화 양상 분석을 통한 포유류 적응 가능성 탐색 연구’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될 수 있는 병원체의 변이 경로를 선제적으로 분석한 작업이다. 이 연구는 지속적으로 유전체를 감시해 유관 기관과 신속하게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미래 인체 감염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또한 인수공통감염병 대응은 더 이상 특정 분야의 연구 주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 안전망과 직결된 영역이기 때문에 이 교수팀 연구는 국가 보건 안보 차원에서도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다.
● 글로벌 역량 갖춘 실전형 인재 육성
건국대 수의대 교육 체계는 ‘원데이 스킬(One Day Skill·실용 기술)’을 목표로 현장 중심으로 설계돼 면허 취득 후 현장에서 역량을 즉시 발휘할 수 있는 수의사를 양성하고 있다. 대학 동물병원과 외부 대형 병원에서 임상 모의 실습과 반려동물 및 산업 동물 진단과 치료 실습 시행 등을 통해 실전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미국 퍼시픽스테이츠대학교(Pacific States University)와 연계한 해외 임상 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임상 경험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 참가 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교육 투자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 밖에도 미 캘리포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 포모나(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 Pomona)와 태국 명문 카셋삿대학교 등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공동 연구 및 학생 실습 프로그램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 역시 수의대 교육 체계의 중요한 축이다. 건국대 수의대 수의료 봉사 동아리 ‘바이오필리아’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수의료 봉사 활동을 인정받아 최근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 건국대의 연구 및 교육 역량이 지역사회와 국제사회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농축산 및 생명공학 중심 대학으로 출범한 건국대학교는 이처럼 창학정신을 기반으로 원헬스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감염병 대응, 바이오 및 신약 개발, 동물 의료, 환경보전 연구를 연결하는 수의대와 건국대의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亞 제일 큰 동물병원 지어 세계 30대 수의과대학 도전”
[INTERVIEW] 최양규 건국대 수의과대학 학장
“원헬스 연구-수의료 거점 플랫폼 될 것 가족 같은 반려동물, 수의사 역할 커져”
최양규 건국대수의과대학학장 “아시아 최대 규모 대학 동물병원 신축 계획이 올해 본격화합니다. 연구와 임상, 그리고 교육 기능을 통합한 첨단 인프라인 새 동물병원이 완성되면 ‘원헬스’ 연구와 수의료(獸醫療) 결합 거점 플랫폼이 탄생하게 되는 겁니다.”
최양규 건국대 수의과대학 학장(사진)은 아시아에서 제일 큰 동물병원을 짓는 것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동물병원 신축은 단순한 시설 확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연구 허브 구축이라는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최 학장은 이어 “현재 건국대 수의대는 감염병 제어와 암 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줄기세포와엑소좀을 비롯한 첨단 바이오 분야 연구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미국수의사회(AVMA) 인증 획득과 세계 30대 수의과대학 진입을 목표로 이를 위해 꾸준히 도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건국대 수의대는 동물에 대한 의술뿐 아니라 생명과 사람을 중심에 놓는 태도 역시 중시한다. 최 학장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국내 인구가 1500만 명을 넘는 등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회적 변화 속에서 수의사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건국대 수의대는 생명 존중 가치를 바탕으로 동물, 인간, 환경의 건강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수의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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