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의 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비수도권 대학은 학령인구 급감의 직격탄을 맞고 존폐를 걱정할 정도로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교육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기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RISE가 지향하는 가치는 명료하다. 대학이 지역 산업에 꼭 필요한 인재를 기르고, 그들이 지역에 머물며 성장의 동력이 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충남대를 비롯한 거점국립대학의 역할은 단순한 교육 서비스 공급자에 그쳐선 안 된다. 특히 권역별 거점국립대학들은 지역 생태계 전체를 지탱하는 ‘앵커 기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 RISE가 일시적인 처방을 넘어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대학의 자율성이 혁신의 엔진이 돼야 한다.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갔다고 해서 대학이 행정의 하부 구조로 편입되는 것은 혁신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대학의 자율성이 전제될 때 비로소 지자체의 행정력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의 예산 집행 유연성은 필수적 전제 조건이다.
둘째, 정교한 매칭이 전제된 초광역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향하는 ‘5극(수도권, 충청권, 동남권, 대경권, 호남권) 3특(전북, 강원, 제주)’ 체제가 단순한 행정 구역 통합에 그치지 않으려면 권역 내 대학들의 세밀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연구 중심 대학과 실무 인재 양성 대학이 서로를 보완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며 이를 가로막는 규제는 과감히 걷어낼 필요가 있다.
셋째, 평가 지표의 다변화로 진정한 상생을 유도해야 한다. 취업률이나 논문 편수 같은 획일적인 잣대만으로는 지역 혁신을 측정할 수 없다. 대학이 지역 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실제 인구 정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 다각적인 평가 지표를 도입해 지역과 대학이 같은 목표를 갖게 해야만 한다.
RISE와 관련해 ‘지역이 살아야 대학이 살고,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RISE는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권역별 거점국립대학은 국가와 지역 발전을 위한 RISE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그리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RISE 체계 내 대학의 혁신 촉진과 정책 개선, 제도적 보완점 등을 정부 및 지자체에 건의함으로써 대학 중심의 지역혁신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5극 3특’ 체제에 대학 주도의 초광역 협력 전략을 수립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올해는 대학과 지역이 함께 도약하는 혁신의 원년이 되길 소망해 본다. RISE는 이를 위한 마중물이자 디딤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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