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는 더 이상 환경 분야에 국한된 의제가 아니다. 세계 주요국은 이미 산업 전략의 중심에 기후를 두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하며 철강·시멘트·알루미늄 등 탄소 집약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향후 10년간 약 3700억 달러(약 534조 원) 규모의 기후·에너지 산업 투자를 추진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 규모는 1조8000억 달러(약 2600조 원)를 넘어섰다. 기술과 제품이 ‘저탄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형성되고 있다. 기후 대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기업과 지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다.
대한민국 제조업 생산의 약 25%가 집중돼 있고 전국 전력 소비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경기도의 기후 전환은 곧 산업 전략이다. 산업 전환에 실패하면 성장 동력도 약화된다. 반대로 전환을 선도하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경기도가 ‘기후테크’를 미래 전략 산업으로 설정한 이유다.
기후테크는 단순한 친환경 기술을 의미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소 및 탄소 포집·저감 기술, 자원순환, 기후 데이터 솔루션 등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융합 기술 영역이다. 글로벌 주요국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기후·에너지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배경에는 향후 10년간 이 분야가 세계 산업 질서를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이 자리한다.
경기도는 전국 기후테크 기업의 약 29%가 집적된 최대 거점이다. 1400여 개 기업이 도내에 활동하며 연구개발 역량과 제조 인프라, 대규모 수요 시장이 동시에 형성돼 있다. 이러한 산업 기반 위에서 도는 2026년까지 기후테크 스타트업 100개사 육성, 2030년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유니콘 기업 3개 배출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정책·금융·인재·시장 연계를 하나의 체계로 묶어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
이 전략의 실행 축은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이다. 진흥원은 기후 정책과 산업 육성을 연결하는 전담 기관으로서 기업 지원, 실증 사업, 도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도민 180만 명 이상이 참여한 ‘기후행동 기회소득’과 같은 참여 기반 정책은 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이를 산업 정책과 연결하는 새로운 시도다.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고 그 데이터가 다시 산업 혁신의 기반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2026년 본격 가동될 ‘경기도 기후테크 센터’는 이러한 노력을 집약하는 전략 거점이다. 센터는 첫째, 기후테크 산업 통계 체계 정비와 정기 실태 조사를 통해 산업을 독립 영역으로 체계화하고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을 추진한다. 둘째, 성장 단계별 금융 연계와 상용화 지원을 통해 기술 기업이 이른바 ‘데스밸리’를 극복하도록 돕는다. 셋째, 공공시설과 산업단지를 활용한 대규모 실증 사업을 확대해 초기 시장을 창출하고 공공 조달과 연계한다. 넷째, 현장 중심의 전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산업 수요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인력 기반을 구축한다. 다섯째, 글로벌 네트워크와 투자 연계를 강화해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특히 시장 창출 전략은 기후테크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다. 기술은 존재해도 초기 수요가 없으면 산업으로 안착하기 어렵다. 경기도는 실증과 조달, 민관 협력을 통해 기업이 기술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하고 이를 레퍼런스로 삼아 국내외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후 대응을 규제가 아닌 산업 기회로 전환하는 접근이다.
2026년 경기도 기후테크 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경기도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후 경제의 전략적 요충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곳은 단순한 지원 시설을 넘어 우리의 의지가 혁신 기술로 형상화돼 전 지구적 난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전진기지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기후 위기는 분명 위기다. 그러나 동시에 산업 지형을 재편할 기회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의 구조와 속도다. 제조업 기반과 기업 집적도, 정책 실행 역량을 동시에 갖춘 지역은 많지 않다. 경기도는 그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을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정교하게 연결해가고 있다.
기후테크는 미래 산업의 변방이 아니라 새로운 표준이다. 그 표준을 만드는 출발점이 경기도가 되도록 정책과 실행으로 증명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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