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로서, 제조업 기계를 만드는 회사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 경기 남양주시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진행된 무인 소방 로봇 기증식에서 소방 관계자들에게 한 말이다. 정 회장은 이날 기증식에서 현대로템의 다목적 전동화 무인 차량 ‘HR-셰르파’를 화재 진압용으로 개조한 무인 소방 로봇 4대를 소방청에 기증했다.
● 사람 살리는 ‘피지컬 AI’
24일 경기 남양주시 수도권119특수구조대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과 소방청의 무인 소방로봇 기증식에서 현대차그룹이 기증한 무인 소방로봇이 건물을 향해 물줄기를 뿜어내는 기동 시연을 하고 있다. 남양주=뉴스1현대로템이 개발한 HR-셰르파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민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무인 자동차량. 소방용 버전과 인명구조용 버전 등 다양한 ‘이중용도’(방산용 장비를 민간에 활용하는 것) 로봇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극한 고온 환경에 사람 대신 투입돼야 하는 소방 로봇에는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술이 총동원됐다. 차량 외부에는 미세한 물 입자를 지속적으로 분사하는 자체 분무 시스템이 장착돼 차체 외부에 불길이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최대 800도에 육박하는 환경에서도 소방 로봇의 온도는 50도 정도로 유지되는 비결이다. 6개 바퀴가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여 회전반경 등을 줄일 수 있고 고열에도 견디는 특수 타이어가 장착됐다.
차량 앞부분에 탑재된 적외선 카메라는 연기가 짙어 시야 확보가 안 되는 상황에서도 발화 지점이나 구조 대상자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조종은 원격 제어가 기본이다. 소방관이 불길에 직접 뛰어들지 않아도 소방 로봇을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대구에서 열린 국제소방안전박람회에서 처음 공개 시연됐던 소방 로봇은 지난달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처음 ‘실전 투입’됐다. 초진이 완료된 상황에서 고열과 연기로 인한 시야 방해로 소방관 투입이 어려워 투입된 로봇은 화재 현장에서 인명 수색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소방 로봇 개발 과정에서 일선 소방관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필요한 기능을 적극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소방 무인 로봇은 현대차그룹의 핵심 기술을 집약한 장비로,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라는 공동 목표를 구현한 모빌리티”라며 “위험한 현장에 먼저 투입되어 여러분들의 안전을 지키는 팀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성능 높여 소방관 희생 막겠다”
소방청은 이날 기증받은 소방 로봇 4대 외에도 지속적으로 소방 로봇을 도입해 총 100대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10명이 화재 진압 중 순직하는 등 매년 평균 3.5명의 소방공무원이 업무 중 희생된다. 가혹한 업무 환경으로 인한 순직도 최근 10년간 매년 8.6명이었고, 공상자는 총 9014명에 달했다. 소방 업무에 자동화 장비나 피지컬 AI 도입이 가속화되는 이유다.
정 회장은 이날 행사 이후 “AI 기술과 로보틱스 기술이 더 많이 들어가야 한다”며 “(소방 로봇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량해 소방관들께서 안심하고 일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휴식하거나 체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소방관 회복 지원차’ 10대를 소방본부에 기증했고, 2024년에도 전기차에 불이 날 경우 차 아래 배터리에 구멍을 뚫어 열폭주를 막는 화재 진압 장비인 ‘EV 드릴 랜스’를 개발해 250대를 소방청에 기증하는 등 소방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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