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인공지능, 공학을 넘어 과학적 이해로’ 심포지엄. 서울대 빅데이터 COSS 사업단제공
서울대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사업단과 서울대 학습과학연구소, 고려대 심리학부가 공동 주최·주관한 ‘인공지능, 공학을 넘어 과학적 이해로’ 심포지엄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인공지능(AI)을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닌 과학적 탐구 대상으로 바라보고, 심리학·뇌과학·학습 과학의 관점에서 AI의 본질을 다각도로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AI를 활용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문제 의식이 공유됐다. 기술 중심 논의에 머물렀던 기존 접근 방식에서 한 발 나아간 학제 간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
● LLM도 ‘사회적 행동’을 보인다
서울대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사업단 김홍기 단장은 기조연설에서 “AI는 이제 성능 개선의 공학적 대상이 아니라 인간 지능과 비교 연구해야 할 과학적 탐구 대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인지·기억·학습·의사결정 체계와 AI의 연산·학습 구조를 나란히 분석함으로써 지능의 보편적 원리를 탐구하는 ‘비교지능학’ 개념을 제안했다.
오전 세션에서는 서울대 빅데이터 혁신융합대학 사업단이 학생 연구를 위해 구축한 AI 인프라 및 프로젝트 기반 학습 플랫폼 ‘PeaBee’가 소개됐다. 이 플랫폼은 프로젝트 결과물뿐 아니라 학습 과정 자체를 설계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어 서울대와 고려대 등 7개 학생 연구팀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사회적·심리적 행동을 탐구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서는 집단 동조 현상과 권위 효과를 사회심리학 실험과 비교한 연구를 비롯해, 공포관리 이론을 적용한 도덕적 판단 변화 분석, 반복 공공재 게임을 통한 협력 행동의 유지 및 붕괴 패턴 관찰 등이 다뤄졌다. 인간의 심리 기제를 AI에 대입하고 그 결과를 교육·상담 현장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활용 설계로 연결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본격화됨을 보여줬다.
● AI의 환각은 ‘결함’ 아닌 ‘구조적 속성’
고려대 심리학부 최준식 교수는 ‘인공지능 챗봇의 7가지 실패’를 주제로 LLM의 구조적 한계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는 AI의 환각(hallucination)이 인간 텍스트 데이터의 ‘그럴듯한 서사 구조’를 통계적으로 학습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AI의 실패를 기술적 결함으로만 보지 말고 인간을 닮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속성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스테이지 손해인 부사장은 AI 상용화 과정에서 모델을 독립적인 만능 지능으로 간주하기보다, 검색증강 생성(RAG)이나 함수 호출(Function Calling) 등과 결합한 통제 가능 모듈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이인아 교수는 인간의 기억이 행동을 목적으로 한 신체화된 맥락화 과정임을 강조하면서 AI 시대에는 인간이 관계나 유대 형성 및 의미 구성 등과 같은 고유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과학적 통찰이 AI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 ‘공학의 대상’에서 ‘과학의 대상’으로
서울대 교육학과 조영환 교수는 AI를 단순한 답변 생성기가 아닌 학습 파트너로 규정하며 “학습 효과를 결정하는 것은 AI의 정답률이 아니라 학습자와 AI 간 상호작용의 형태”라고 설명했다. 단국대 과학교육과 조헌국 교수 역시 AI 시대 학습자의 핵심 역량으로 메타인지를 꼽으며, 학습자가 AI의 결과를 검증하고 활용 범위를 전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통제 능력을 강조했다.
종합 토론에서는 AI 개발에서 인간이 문제 정의와 데이터 분류, 평가 기준 설정 등 핵심 구간을 여전히 주도하고 있다는 점과 인간 피드백 루프에 심리학자의 참여가 AI 시스템의 정교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제언 등이 제시됐다. 김홍기 단장은 “향후 오픈 리서치 플랫폼 구축과 학부생 참여형 연구 커뮤니티 조성, 국제 학술대회 개최 등을 통해 연구 생태계 확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AI의 한계를 기술적 결함이 아닌 인간 지능의 원리와 대비해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공유했다. AI를 ‘공학의 대상’에서 ‘과학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학제 간 논의의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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