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심근경색, 뇌출혈 등 중증 응급환자는 119구급대가 아니라 보건복지부 산하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이송할 병원을 찾는다. 심정지 등 상황이 더 심각한 환자는 사전에 지정된 병원으로 곧바로 이송된다. 응급 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표류’를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현장에서는 필수과 의사 확보 등으로 응급의료기관이 배후 진료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대책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심정지 환자는 지정병원으로 바로 이송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다음 달부터 5월까지 광주와 전북, 전남에서 이런 내용의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25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응급실 뺑뺑이’ 대책을 주문한 지 두 달 만에 나온 조치다.
시범사업 계획에 따르면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는 ‘병원 전 응급환자 분류체계(pre-KTAS)’에 따라 중증도 1·2등급으로 분류된 환자의 정보를 광역상황실과 소방청 산하 119구급상황관리센터(구상센터)로 동시에 전달한다. 이 중 심정지나 중증외상 등 최중증 환자는 사전에 지정된 병원으로 바로 이송된다.
심근경색, 뇌출혈 등 나머지 1· 2등급 환자는 광역상황실과 구상센터가 지역 내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능력을 확인해 이송 병원을 선정한다. 적정 병원을 찾지 못해 시간이 지체될 경우엔 환자를 ‘우선 수용 병원’으로 이송해 최소한의 안정화 처치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고난도 수술 등이 필요한 환자를 최종 치료할 ‘세부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이후 최종 치료를 위해 다른 병원으로 옮길 때는 119구급대가 환자 이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는 병원 간 전원 시에 민간 구급차를 이용해야 했다.
생사가 오가는 수준이 아닌 가벼운 호흡 곤란 등 중증도 3등급 이하 환자는 119구급대가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물어 이송 병원을 결정한다. 상대적으로 경증인 고열 등의 4·5등급 환자는 수용 문의 없이 병원이 사전에 고지한 수용 능력에 따라 구급대가 옮길 병원을 정한다.
● 하반기 중 전국으로 확대 예정
정부는 3개월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올 하반기(7∼12월) 중 전국으로 확대하는 표준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질환별 세부 지침은 권역별 의료 자원 등을 고려해 정할 방침이다. 가령 광주는 구급대가 중증 응급환자 수용 문의를 4차례 거절당하면 광역상황실에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역별 응급의료 관계자들이 모여서 각 지역에 맞는 이송 지침을 합의하는 것이 이번 시범사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선 수용 병원’을 지정할 때 세부 지침이나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현장에선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급대는 가급적 빨리 병원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의료계는 최종 치료가 불가능한 병원이 환자를 받는 것을 꺼린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시범사업에서도 우선 수용 병원을 지정할 수는 있지만, 병원들이 반드시 환자를 받아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광역상황실의 역량 강화도 중요하다. 호남권 중증 응급환자(1·2등급)는 일평균 89명인데 광역상황실의 상근 인력은 3명에 불과하다. 전국 응급실 중증 응급환자는 2023년 기준 하루 평균 1976명에 이른다.
의료계에선 필수과 등 배후 진료 능력 확보 없이는 응급환자 이송체계 개선안이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성민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우선 수용 병원으로 지정돼 환자를 받더라도 결국은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 지역에 필수과 의료진이 남을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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