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s 동남아 누리꾼 ‘온라인 혐오 전면전’,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20일 14시 54분


말레이시아 K팝공연 에티켓 다툼서 촉발
환치기-韓여성 비하 의혹 등 일파만파
“귀화 요건 강화” 정책문제까지 번져

국내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SNS에 게시한 영상. SNS 캡처
국내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SNS에 게시한 영상. SNS 캡처
한국과 동남아시아 누리꾼 사이의 온라인 갈등이 단순한 설전을 넘어 상대방의 신상을 파헤치고 소속 직장이나 국가기관에 고발하는 등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K-팝 공연장에서 시작된 작은 감정싸움이 온라인 대결로 치달으며 불법 행위 폭로와 제도 개선 요구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불거진 국내 한 시중은행 파트타임 근로자 고발 사건이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근로자가 소셜미디어(SNS)에서 한국인을 비하하는 취지의 게시글에 동조하는 듯한 글을 올리자, 국내 누리꾼이 해당 직원의 과거 행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의심 정황을 포착했다. 해당 직원이 SNS를 통해 ‘원화-루피아 환전 송금 대행 서비스’를 홍보하며 무허가 외환 중개(이른바 ‘환치기’)를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누리꾼은 관련 자료를 취합해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고 온라인상에 신고 방법을 공유하며 대응에 나섰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또 다른 인도네시아 근로자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설 연휴 기간 이 근로자는 버스 안 한국인 승객들을 촬영하며 ‘SEA vs knetz kalo di real life(동남아 vs 한국 누리꾼, 현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이 한국인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하자, 누리꾼은 영상 속 단서를 토대로 근무처를 파악해 업체 측에 정식 항의했다. 업체 측은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다음 주 인사위원회를 열어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누리꾼들은 “성적 표현이 아니라 한국 생활을 응원하는 의미였다”고 반박하며 맞서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본격화된 도화선은 지난달 31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밴드 데이식스(DAY6)의 공연이었다. 당시 현장에서 벌어진 한국 팬과 현지 팬 사이의 관람 에티켓 다툼이 온라인상에서 국가 간 혐오 설전으로 번진 것이다. 동남아 누리꾼이 한국인에 대한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자, 국내에서도 반사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는 분위기다.

이러한 정서는 제도적인 변화 요구로도 분출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게시된 ‘대한민국 국적 기준 강화 촉구에 관한 청원’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동의 참여가 급증하며 5만2000여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다. 자산 6억 원 이상 보유 등 귀화 요건을 대폭 상향해 무분별한 한국 국적 취득을 막아달라는 내용이다. 온라인 다툼이 출입국 정책 등 사회적 논의로까지 옮겨붙은 셈이다.
#한국-동남아 갈등#온라인 설전#무허가 외환 중개#우리은행 직원 고발#SNS 논란#인도네시아 근로자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