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도전 ‘광주전남 행정통합’ 이번엔 성사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4일 12시 32분


강기정 광주시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2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광주·전남 통합 지방정부 추진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강기정 광주시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2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광주·전남 통합 지방정부 추진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2일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을 공식 선언하면서 향후 추진 일정과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강 시장과 김 지사는 이날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지자체장을 선출한 뒤 7월 초 통합 지방정부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두 단체장은 통합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도 제시했다. 이달 5일 각각 통합 추진단을 출범하고 시도가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한다. 협의체를 통해 국회 논의를 거쳐 2월 말까지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 통합 첫 단추 ‘특별법 제정’

행정통합을 위한 첫 단추는 특별법 제정이다. 특별법에는 ‘광주시와 전남도라는 자치단체를 합쳐 하나만 남는다’는 내용과 함께 국가 차원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 내용을 담을 수 있다.

통합에 따른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공무원·조례·행정행위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통합 광역단체장과 의회는 차기 지방선거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이 ‘광주·전남초광역특별자치도 설치 및 지원 특례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 만큼 추가 보완을 통해 특별법 제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주민투표나 시도의회 의결을 통해 통합을 선언하고 이후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는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를 통합할 때 주민투표를 실시하거나 지방의회의 의견을 청취해 결정한다. 지방의회가 통합에 찬성하면 주민투표를 생략할 수도 있다.

광주시·전남도 행정통합 시도는 이번이 4번째다. 1995년 당시 전남지사가 시도통합을 추진했으나 광주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2001년엔 전남도청 이전 문제로 행정통합 이슈가 제기됐으나 흐지부지됐다. 2020년 광주시가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광주·전남 통합준비단을 출범, 같은 해 11월 이용섭 당시 시장과 김영록 지사가 ‘광주·전남 행정통합논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시도는 통합 연구용역을 거쳐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시점은 제시하지 못하며 흐지부지됐다.

● 인구 320만·GRDP 150조 기대

4번째 도전 만에 행정통합에 성공할 경우 인구 약 320만 명(광주 140만 명, 전남 18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150조 원(광주 50조 원, 전남 100조 원) 규모의 초광역권 도시가 탄생한다. 대구·경북(486만 명, 200조 원), 세종·대전(144만 명, 71조 원), 부산·울산·경남(770만 명, 342조 원) 등 권역별 거대 지자체와 어깨를 맞대고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셈이다.

행정통합이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는 ‘지방소멸’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광주와 전남 모두 수도권으로 인구 유출과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행정통합은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에 대응하는 초광역 자치권 강화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광역 단위의 산업전략을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광주와 전남 모두 현재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에너지 전환 등 신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러한 신산업 플랫폼을 지역 차원에서 설계·집행할 수 있는 행정 권한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재정이나 행정 기능 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세원을 통합하고 국비 확보를 위한 경쟁력이 향상되고 2차 공공기관 유치작업 등에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다.

여론도 통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광주시의회가 지난해 10월 한국정책연구원에 의뢰해 광주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포인트)를 벌인 결과 광주·전남 행정통합에 대해 응답자의 71.7%가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매우 긍정’도 22.4%에 달했다. ‘부정’과 ‘매우 부정’은 10%대와 한 자릿수에 그쳤다.

● 넘어야 할 산 많아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광주시와 전남도가 목표로 내건 ‘7월 통합’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지방선거를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전격적으로 통합 추진 선언이 이뤄져 짧은 시간에 시도민과 지방의회 등의 여론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통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전남광역자치단체의 장이 6월 3일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다면 공무원 등 행정조직은 통합 지자체에 그대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방의회의 경우 특별법 부칙 등을 통해 의원 수 등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광역의회는 물론 시군구의회의 반발이 예상된다.

행정통합청사 명칭과 함께 청사를 어디에 둘 것인지도 논의 대상이다. 명칭의 경우 역사성과 상징성, 조화성, 미래성을 두루 갖춰야 하고, 주민 설문이나 투표도 거쳐야 한다. 청사 두 곳을 그대로 유지하면 문제 될 게 없지만 통합청사를 만들 경우 지역이나 단체장 이기주의가 발동할 수 있다. 지역 정치권의 이해관계도 행정통합을 계기로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의 경우 단체장 후보들이 당장 통합에 대한 이견을 내긴 어렵겠지만 민주당 외 정당들은 ‘일방적 행정통합’ 논의에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각종 이해관계 속에 시도민을 설득하기 위해선 광주·전남 통합에 따른 명확한 가치와 구체적인 이익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인호 조선대 행정복지학부 교수는 “시도 통합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협치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분란과 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통합 주체는 정치권이 아닌 지역주민이어야 하며 주민이 중심이 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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