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에 얻은 외아들 교통사고…장기기증 택한 부모, 6명에 새 삶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31일 20시 27분


3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0일 한양대학교병원에서 17세 김동건 군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뉴시스
3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0일 한양대학교병원에서 17세 김동건 군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뉴시스
항공정비사를 꿈꾸던 17세 고등학생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에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로 떠났다.

3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김동건 군은 지난달 16일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래에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김 군은 같은 달 20일 한양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간 분할), 신장(양측)을 기증해 6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가족은 김 군이 어린 나이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몸이 점점 약화하는 가운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기증을 통해 아이의 일부가 이 세상에 남아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기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인천시 서구에서 외아들로 자란 김 군은 밝고 자상한 성격으로, 집 근처에서 근무하던 엄마에게 자주 커피를 사서 전해주는 등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평소 기계를 만지는 것을 좋아해 항공정비사를 꿈꿔왔고, 고등학교 3학년에는 항공 정비 학교로 진학할 예정이었다. 손재주가 좋았던 그는 중고 사이트에서 고장 난 자전거를 구매해 수리 후 되팔아 부모님의 옷을 사드리기도 했다. 오토바이 면허를 취득한 후에는 오토바이 정비를 공부했다.

김 군의 아버지 김태현 씨는 “아내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어 의족으로 불편한 생활을 했기에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다가 40세에 저를 만나서 동건이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뿐인 아들이기에 ‘온니원’이라고 애칭을 붙일 정도로 많은 애정을 쏟았다”며 “함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김 군의 어머니 배규나 씨는 “동건아, 엄마가 고마워. 동건이가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표현도 많이 해주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어”라며 “엄마랑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했지만, 하늘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내. 사랑해”라고 하늘에 편지를 부쳤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고등학교 2학년의 꿈 많던 청년 김 군과 생명나눔에 함께 해주신 유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나눔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항공 정비사#뇌사 장기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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