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인터뷰
통합공항·취수원 국정과제화
AI 로봇·산단 중심 산업 전환
재난안전기동대 출범 등 성과
24일 대구 중구 대구시청 집무실에서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이 내년 시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 시장 권한대행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행정의 안정성과 실행력을 잘 유지하는 것이 시민에 대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제공
418일. 김정기 대구시 행정부시장이 올해 4월 11일 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뒤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일까지 직을 수행해야 하는 기간이다. 전임 대구시장들이 재선 도전 등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장기간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서도 유례없는 경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구시는 시장 궐위라는 정치적 공백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시정(市政)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상 권한대행 체제가 ‘현상 유지’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김 시장 권한대행은 관리형에 머물지 않고 실행 중심으로 주요 현안을 풀어가고 있다.
그의 시정 기조는 비교적 분명하다. 정치적 판단이나 메시지보다 행정의 연속성과 실천력을 앞세운다. 권한대행이라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수행하겠다는 현실적 판단으로 읽힌다. 실제 시청 안팎에서는 “정책 동력이 끊기지 않고 있다”, “불필요한 정치 신호가 없어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눈에 띄는 정치색 대신 조용한 행정의 지속성을 택했다는 것이다. 위기관리 국면에서 도시 행정이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있다.
김 시장 권한대행의 강점으로는 ‘소통’이 꼽힌다. 청년 농업인 간담회, 골목상권 간담회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다음 달 초부터 이를 다시 가동해 현장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회를 들려 달라. “장기간 대행 체제와 정부 교체기라는 여건 속에서도 대구시가 멈추거나 뒤처지지 않도록 모든 공직자가 더 고민하고 발로 뛴 한 해였다. 함지산 산불과 풍수해 등 위기 상황에서도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올해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 “대구·경북 민·군 통합공항 건설과 취수원 이전 등 중대 현안을 국정과제로 반영했다. 전국 유일의 인공지능(AI) 로봇 글로벌 혁신 특구 지정, 제2국가산업단지와 지역거점 AI 전환(AX) 혁신 기술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등 미래 신산업 분야 성과도 의미가 있다. 군부대 통합 이전 부지로 군위가 최종 선정됐고, 신청사 설계안 확정,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 투자 유치 등 도심 변화와 균형 발전을 위한 사업들도 본궤도에 올랐다. 전국 최초 ‘재난안전기동대’ 출범과 소방교육훈련센터 개소 등 시민 안전 강화에도 힘썼고, 대구형 소비 진작 특별대책을 마련하는 등 지역경제 회복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AI 로봇 수도 대구’가 주목받고 있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성, AI 로봇 글로벌 혁신 특구 지정, 250여 개 로봇 기업 집적 등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 최대의 AI 로봇 산업 선도 도시로 성장해왔다. 지역거점 AX 혁신 기술개발을 통해 로봇·바이오 분야의 AX 혁신 기술을 확보하면 기반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시대를 앞두고 주도권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화단지 지정을 준비하고, 인증센터 구축과 연구개발(R&D) 강화를 통해 지역 로봇 기업의 경쟁력도 높일 계획이다. AI 로봇 산업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우리나라가 AI 세계 3강으로 도약하는 데 대구가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내년 대구시 주요 정책과 현안은 무엇인가. “통합공항 건설은 정부를 설득하고, 광주 등 다른 시·도와 연대해 금융 비용에 대한 정부 보조 방안을 마련해 조속히 추진되도록 하겠다. AI·로봇·의료·미래 모빌리티 등 신산업을 중심으로 대구 경제 구조를 재편하는 데 속도를 낼 것이다. 전통산업인 안경과 섬유 산업의 부흥을 위해 한류(K)-아이웨어 파크, 섬유 패션 르네상스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본격화된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국립치의학연구원 유치에도 행정력을 집중하겠다. 가칭 국립독립역사관 건립 역시 시민사회와 함께 힘을 모을 것이다. 20주년을 맞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과 100만 명이 찾는 대구치맥페스티벌도 세계적인 축제로 키워가겠다.”
―내년 8월 22일 대구 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 준비 상황은. “이 대회는 지구촌 육상인의 대축제다. 13일간 약 90개국에서 1만여 명의 선수와 가족이 대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장뿐 아니라 숙박, 교통 등 편의시설과 안전 관리까지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와 K-문화를 매개로 세계 각국 참가자와 시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 역대 최고의 개최지로 대구가 기억될 수 있도록 공연과 관광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할 계획이다.”
―행정에 임하는 소신과 철학은 무엇인가. “행정은 헌법이 규정한 삼권 중 한 축을 담당한다. 공직자는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고, 원칙에 따라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시민의 신뢰를 얻고 정책 수용성도 높일 수 있다. 사심이 개입되는 순간 진실성과 충성심이 왜곡된다. 28년간 중앙과 지방에서 쌓은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공평무사하게 시정을 운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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