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만든 특허 세계로 수출… 글로벌 산학협력 모델 된다

  • 동아일보

작년 고려대 연구비 4870억… 연간 특허 출원 1450건 달해
해외 IP 확보와 기술 이전 등 서울 RISE 글로벌 협력 속도
해외 기술 이전 총 125만 달러… 대학 특허, 글로벌서 수익 창출

북미 시장 진출 전략 및 CES 혁신상 수상을 위한 행사 모습. 글로벌 산학협력 모델 구축에 나선 고려대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벤처캐피털을 대상으로 한 데모데이와 해외 투자 IR을 정례화하고 CES, 웹서밋 등 세계적 기술 행사 참가를 확대하고 있다. 고려대 산학협력단 제공
북미 시장 진출 전략 및 CES 혁신상 수상을 위한 행사 모습. 글로벌 산학협력 모델 구축에 나선 고려대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벤처캐피털을 대상으로 한 데모데이와 해외 투자 IR을 정례화하고 CES, 웹서밋 등 세계적 기술 행사 참가를 확대하고 있다. 고려대 산학협력단 제공
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다. 대학은 더 이상 교육기관에 머무르지 않는다. 연구와 산업의 최전선에서 기술을 키우고, 이를 사회와 세계시장으로 연결하는 ‘혁신 플랫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2004년 출범 이후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연구·지식재산(IP)·창업 분야의 축적된 역량을 발판 삼아 글로벌 산학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2024년의 고려대 연구비는 총 4870억 원에 달하며, 국내외 특허 출원 건수도 연간 1450여 건에 이르는 등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냈다.

● 고려대, 서울 RISE 글로벌 산학협력 모델 본격 가동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고려대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산학협력 모델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에 수행 대학으로 선정된 고려대는 1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5 서울 RISE 사업 일반대학 협의회 성과포럼’에서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고려대는 서울시 RISE 사업에서 글로벌 산학협력 선도 대학으로 참여해 기술 이전, 창업, 국제 공동 연구를 아우르는 글로벌 협력 모델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 RISE 사업의 단위 과제인 ‘글로벌 산학협력 선도’ 과제를 통해 △해외 IP 확보와 기술 이전 활성화 △창업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 △국제 공동 연구 확대를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략산업 분야의 유망 기술을 발굴해 해외 기술 이전과 사업화로 연계하고, 전문 기술 사업화 조직인 KU-TLO(Korea University Technology Licensing Office)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추진 방향이다.

창업 분야에서는 ‘Born Global(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기업)’을 표방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국제 인증이 가능한 연구시설·장비 운영을 고도화하고, ‘KU Global Scale Up’ 투자 지원 체계를 통해 유망 창업기업을 발굴한 뒤 액셀러레이팅-투자-해외 진출로 이어지는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북미·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10월부터 2026년 1월까지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추진해 맞춤형 진단, 1:1 코칭, IR 피칭 등을 제공하고 있다. 현지 투자 네트워크와 연계한 실질적 성과 창출이 목표다.

해외 기관과의 전략적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 기관인 인베스트 오타와와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고려대는 지난달 26일 인베스트 오타와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창업기업 대상 1:1 진단 세션과 글로벌 진출 전략 컨설팅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캐나다 현지 창업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이 개최한 바이오·헬스 사업화 유망 기술 비즈니스 파트너링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이 개최한 바이오·헬스 사업화 유망 기술 비즈니스 파트너링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기술 이전 측면에서는 인공지능(AI)과 바이오헬스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술 이전 상담회를 개최해 해외 주요 기업과의 매칭을 확대하고 있다. 영문 기술 소개서 제작, 뉴스레터 발송 등 국제 마케팅 활동도 함께 추진하며, 대학 연구 성과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제 공동연구 분야에서도 발걸음을 넓히는 중이다. 고려대는 재유럽 한인 과학자 콘퍼런스(EKC 2025)에 참여해 국내외 연구자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호라이즌 유럽 등 글로벌 R&D 프로그램 진출을 모색했다. 이를 통해 유럽 대학,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 과제를 발굴하고, 장기적인 연구 협력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향후 계획도 구체적이다. 고려대는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벤처캐피털(AC·VC)을 대상으로 한 데모데이와 해외 투자 IR을 정례화하고 CES, 웹서밋 등 세계적 기술 행사 참가를 확대할 예정이다. 동시에 일본, 중국, 중동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기술 사업화 세미나, 실증(PoC) 프로젝트, 공동 연구를 추진해 서울 RISE 사업의 글로벌 성과를 지속해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서울 RISE 사업을 통해 대학의 연구·기술·창업 역량을 세계 시장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며 “글로벌 산학협력을 선도하는 모델을 제시해 서울과 대한민국의 혁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 고려대, 4년 연속 해외 특허 기술 이전 성공

기술 경쟁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시대. 정보통신기술(ICT)은 산업 전반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으며,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 역시 연구 성과의 사업화와 해외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고려대는 한발 앞서 해외 특허 수익화에 집중해 왔다.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IP로 키워 내는 전략을 통해 대학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고려대 인문캠퍼스 정문.
고려대 인문캠퍼스 정문.
고려대는 2021년부터 미국에 등록된 교내 보유 특허를 전수 조사해 사업성이 높은 우수 특허를 선별하고, 이를 S·A·B 등급으로 분류하는 체계적인 관리 전략을 펼쳐왔다. 이후 각 특허에 대해 침해 가능성, 거래 적정가, 시장 진입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해외 매각과 라이선스 계약을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이러한 전략은 곧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2022년에는 미국 특허보호단체 AST에 패킷 처리 기술 특허를 매각하며 8만 달러(약 1억1000만 원)의 기술료를 확보했다. 이어 2023년에는 같은 방식으로 43만 달러(약 6억3000만 원) 규모의 기술 이전에 성공했고, 2024년에는 39만 달러(약 5억7000만 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현재는 35만 달러(약 5억1000만 원) 상당의 추가 기술 이전 계약을 진행 중이다. 이로써 4년 연속 해외 기술 이전에 성공하며 누적 125만 달러(약 18억3000만 원)의 성과를 기록했다. 대학 보유 특허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려대의 해외 기술 이전 파트너인 AST는 2007년 설립된 글로벌 특허관리 협의체로, 전 세계 4000여 기술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사는 공동으로 특허를 매입해 권리 침해 위험을 줄이고, 필요시 특허를 상호 사용하거나 재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고려대는 이런 글로벌 특허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에서 확보한 특허를 해외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자산으로 전환하며 기술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고려대 기술사업화센터 관계자는 “연구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업 맞춤형 기술 이전 전략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 고려대가 보유한 혁신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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