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명예교수주변에 이렇게 주식 이야기가 넘쳐 나기는 처음이다. 모임마다 주식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일본 유학 시절이었다. 이웃집에 미국 텍사스주립대 이론물리학 교수가 안식년으로 와 있었다. 나와 동년배인 데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아이들이 같은 초등학교에 다녀 무척 친하게 지냈다. 어느 날 그가 애플 주식 이야기를 했다. “은퇴를 위해 주식을 사 모으는 거야.” 당시 애플 주가가 주당 0.24달러 정도였다. 지금은 250달러 안팎이다. 그사이 얼마나 오른 것인지! 그 무렵 나는 주식의 ‘주’자도 몰랐다. 요즘은 그에게 노후를 위해 왜 주식이 필요한지 한 번이라도 물어봤어야 했다는 후회가 든다.
5년 전, 주식을 한번 사봤다. 후배가 주식 이야기를 자주 해서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 추천 받은 배터리 관련 주식을 매수했다. “형, 대마불사(大馬不死)야!” 내가 산 주식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 후 중학교 동창 모임에 갔더니,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씨앗 회사가 대박이 날 테니 종묘회사 주식을 사보라고 해서 그것도 사봤다. 하필 그때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주식은 곤두박질쳤다. 온탕과 냉탕을 경험한 후로, 비밀번호도 잊어버리고 해서 주식과 연을 끊었다.
만약 주식이 전자와 같은 양자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주식은 파동함수처럼 원자핵 주위를 구름처럼 떠다니는 존재다. 사기 전 주식은 파동함수처럼 모든 가능성이 공존한다. 이를 물리학에서는 중첩 상태라고 한다.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는 상태, 즉 오를 확률이 50%이고 내려갈 확률이 50%인 상태다. 주식을 사는 순간 그 확률은 붕괴돼 현실이 된다. 대통령 말대로 내려가는 데도 이유가 있고 올라가는 데도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누가 정확히 알겠는가. 안다면 주식 못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196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양자전기역학을 정립한 리처드 파인먼조차 예측의 한계를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저서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에서 “과거 데이터를 아무리 정교하게 분석해도, 복잡한 시스템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고 했다. 주식 시장처럼 복잡한 세계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착각하는지를 지적한 대목이다. 파인먼의 관점에 따르면, 주식 시장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덜 친절하다.
친구 중에 주식을 전공하는 경제학 교수가 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주식을 분석하는 연구를 한다. 지난해 초 갑자기 여윳돈이 생겨 국내 최대의 반도체 회사 주식을 노후를 위해 투자하면 어떨까 하고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돌아온 친구의 답은 “주식은 그렇게 쉽게 생각하면 안 돼”였다. 그 말에 괜스레 주눅이 들어 말도 못 꺼내고 포기했다. 그때 친구가 좀 더 친절하게 대해 줬으면 지금쯤 큰소리칠 수 있었을 텐데….
만물의 운동법칙을 예측한 아이작 뉴턴에게도 주식은 예측하기 어려운 대상이었다. 그는 폭등하는 주가를 좇아 투자했다가 오늘날 가치로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주식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아질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뉴턴처럼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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