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대학 수업과 평가 방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 AI를 이용한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되면서 연구 윤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AI를 창의적·윤리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교육 전반을 새로 설계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AI를 잘 활용하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는 현행 교육방식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대학 강의에서는 AI를 활용하되 그 과정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박인권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올해 도시계획론 수업에서 레포트 과제에 AI 사용을 허용하는 대신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주석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챗GPT에 입력한 프롬프트를 밝히고, 답변을 인용하면 출처를 ‘(ChatGPT, 2025. 5. 30.)’ 등 참고문헌 형식으로 표기했다. 레포트 서두에 ‘주제 설정 과정에서 챗GPT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학생도 있다.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과제에 학생이 직접 쓴 부분과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은 부분을 명확히 구분해서 작성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제의 형식 역시 과거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AI가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논문 요약이나 정리형 과제의 비중은 줄고, 학생의 관점과 판단을 요구하는 과제가 늘고 있다. 김영수 서강대 대학원장(사회학과 교수)은 “AI를 활용하되 AI가 내놓은 답을 그대로 쓸 수는 없도록, 자신의 상황과 생각을 담아야 하는 과제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 방식 역시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형화된 중간·기말고사에서 탈피해 새로운 방식의 평가를 시도하는 교수들이 있다. 한양대 무전공 학부인 인터칼리지 학부생이 수강하는 교양 수업 ‘메이크 코어’ 강의에서는 중간·기말고사 대신 프로젝트 단위 평가를 실시한다. 학생들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자신이 맡은 역할, 이전 프로젝트 대비 달라진 점, 팀 내 소통 과정 등을 서술형으로 적어 제출한다. AI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자기 성찰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다. 교수 역시 이를 토대로 학생의 발전 과정을 서술형으로 평가한다. 수업을 듣는 김현민 씨(20)는 “이 수업에서는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어떤 지식과 개념을 알아보고 싶은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전했다. 류호경 한양대 교육혁신처장은 “(서술형 평가지는) 학생에게 하나의 포트폴리오”라며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도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대학 수업의 AI 활용 허용 여부와 방식, 기준이 강의별, 교수별로 다른 만큼, 대학은 공통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각 대학이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대부분 포괄적인 AI 활용 윤리에 그친다. 서울대는 내년 3월 전까지 인문, 사회과학, 이학, 공학, 법학 등 분야별 AI 활용 가이드라인 만들어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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