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작되면 평창은 달아오른다. 2018겨울올림픽이 끝난 지 7년이 지났지만 평창의 스포츠와 축제 열기는 여전하다. 이제는 전국적인 명성을 넘어 겨울 여행의 상징이 됐다. 눈부신 자연과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의 힘, 겨울 감성을 품은 공간들까지 평창은 겨울을 마음껏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더없이 완벽한 무대다.
송어와 함께 모험과 동심의 세계로
2007년 지역 주민들에 의해 시작된 평창송어축제는 이제 매년 30만 명 이상이 찾는 대형 축제가 됐다. 평창군 제공
평창의 겨울은 평창송어축제가 대표한다. 2007년 진부면 주민들에 의해 오대천에서 소박하게 시작된 이 축제는 한 해 30만 명 이상이 찾는 전국적인 명물이 됐다. 축제의 핵심은 역시 얼음판 위에서 즐기는 송어낚시다. 꽁꽁 언 얼음 사이로 바늘을 문 송어가 튀어 오르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모험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떠오르게 한다. 여기에 야외 수영장에서 펼쳐지는 맨손 송어잡기까지 더해지면 축제의 재미에 추위는 눈 녹듯 사라진다.
잡은 송어를 즉석에서 회나 구이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축제의 매력이다. 한겨울 송어는 살이 탱탱하고 담백해 별미 중의 별미다. 제17회를 맞은 축제는 내년 1월 1일 개막해 2월 1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평창 대관령눈꽃축제.또 다른 평창의 겨울 얼굴은 ‘대관령눈꽃축제’다. 1993년 첫선을 보인 이 축제는 민간이 주도하는 행사 가운데서 단연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대관령눈꽃축제는 체험 중심의 송어축제와 달리 겨울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전면에 내세우는 점이 특징이다.
축제장은 설원 전체가 하나의 야외 갤러리처럼 꾸며진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눈·얼음 조각이 전시돼 방문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조각 작품 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면 반짝이는 눈빛과 차가운 공기까지 풍경의 일부가 되면서 잠시 일상을 잊고 겨울 동화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어린이들을 위한 눈썰매, 스노우튜브, 얼음 미끄럼틀 같은 놀이 체험도 인기 만점이다. 야간에도 조명이 켜지면서 누구라도 카메라에 담고 싶은 겨울밤 설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설원이 된 양떼목장에서 여유 충전
평창은 겨울스포츠를 원하는 이들에게 ‘휘닉스 스노우 파크’라는 확실한 선택지가 있다. 초급자를 위한 강습 전용 완만한 코스부터 상급자를 위한 최상급 슬로프까지 총 18면의 코스가 잘 갖춰져 있다.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마주하는 설원의 공기, 보드나 스키 아래로 전해지는 눈의 촉감, 리프트에서 바라보는 겨울 산의 풍경은 단순한 레저를 넘어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을 선사한다.
겨울의 평창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은 고원지대의 광활한 설원과 그 속에서 누리는 고요한 여유다. 대관령 양떼목장은 겨울이면 양들을 방목하지 않아 목초지 전체가 새하얀 눈으로 뒤덮이며 웅장한 설경을 빚어낸다. 축사 안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양들을 바라보며 목장의 일상을 엿볼 수 있고 눈 덮인 언덕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스키장의 역동적인 즐길 거리나 축제의 흥겨움과는 다른 감성을 원하는 여행객에게 이 목장은 분명 ‘겨울 속 쉼표’가 된다. 도시의 소란을 잠시 잊고 자연 그대로의 겨울을 느끼고 싶다면 평창의 목장 산책이나 설원 드라이브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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