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 교사가 병가 내 학생 피하는 현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30일 03시 00분


교보위 처분 통상 한달 걸리는데… 가해학생과 분리기간은 최대 7일
피해교사들, 학생과 마주치기 일쑤
수업 집중 못하고 2차 충격 상황도
“실질적 교사 보호 제도 마련 시급”

올해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 교사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병가를 내면서 가해 학생을 피해 다녀야 했다. 가해 학생과 분리될 수 있는 기간이 교육부 매뉴얼상 최대 7일뿐이기 때문이다.

올해 5월 제주 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역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에서 학생 가족의 잦은 민원이 해당 교사에 대한 ‘교육 활동 침해 행위’라는 결론이 나오는 등 최근 교권 침해 사건이 늘고 있다. 하지만 학생에게 폭행, 성희롱 등을 당한 피해 교사와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분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교사 분리는 7일, 교보위 처분 한 달 소요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2269건이었던 교보위 개최 건수는 2022년 3035건, 2023년에는 5050건, 2024년에는 4234건으로 집계됐다.

교원지위법에 따르면 초중고교 학교장은 학생이 교사 교육활동을 침해한 사실을 알게 되면 각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교보위에 알려야 한다. 교보위는 행위의 심각성과 지속성, 고의성 등을 고려해 처분 수위를 결정한다.

문제는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 학생과 피해 교사가 분리될 수 있는 기간과 교보위 최종 처분에 소요되는 시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 매뉴얼상 피해 교사는 특별휴가를 5일간 사용할 수 있다. 특별휴가를 쓰지 않고 출근할 경우 가해 학생과 교사의 분리 기간은 휴일을 포함해 최대 7일로 권장된다. 그러나 교보위 심의를 거쳐 처분이 내려지기까지는 통상 1개월가량 소요된다. 휴가를 간다고 해도 3∼4주 동안은 피해 교사가 교실이나 복도, 교무실 등에서 가해 학생을 마주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병가나 연가를 써가며 스스로 학생을 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 “피해 교사 보호할 제도 보완해야”

분리 기간이 최대 7일에 그치다 보니 가해 학생은 처분 전까지 어정쩡하게 학교를 다닌다. 그 사이 머물 공간도 마땅치 않아 가해 학생이 교장실이나 교무실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피해 교사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2차 충격을 받는 상황이 생긴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특히 학생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교사에 대해 성희롱을 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학생을 다시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 교사들도 있다”며 “피해 교사가 느끼는 심리적 타격과 무력감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장세린 교사노동조합연맹 대변인도 “피해 교사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 결국 교사뿐만 아니라 전체 학생들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고 했다.

정교사가 아닌 기간제 교사의 경우 채용 갱신에 불이익이 생길까 봐 참고 넘어가는 일도 있다. 입시를 앞둔 고3 담당 교사는 교권 침해 피해를 당해도 수업 진도 때문에 출근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행평가 등 학부모 민원과 평가 공정성을 우려해 휴가를 쓸 수 없는 시기도 있어 대체 인력에 대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대표는 “사안이 심각한 경우 특별휴가 기간을 늘리는 등 현실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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