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핫플 골목’서 축제… 시민도 상인도 웃었다

  • 동아일보

서울시 ‘로컬브랜드 육성사업’ 확대
각 지역 특성 살린 행사-체험 운영
4년간 골목상권 13곳 지정해 지원
운영 3년만에 월 매출 21.6% 증가

“거기 서! 유령아!”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의선숲길공원. 스마트폰을 든 아이들이 흰 천을 뒤집어쓴 ‘물음표맨’을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20초 남짓 추격 끝에 물음표맨을 잡은 아이들은 그의 손에 든 박스의 QR코드를 찍어 이벤트 페이지에 접속했고, 행사 부스에서 경품 룰렛을 돌렸다. 이날 ‘용마루 숲길 축제’ 현장에서는 물음표맨을 잡으면 수건과 에코백 등을 받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과 연인, 반려견과 함께 나온 주민들로 북적였다. 숲길 한쪽 간이무대에서는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오후 4시 마술 비눗방울 공연이 시작되자 150여 명의 관람객이 모여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페이스페인팅에 참여한 복지은(12)·권다현 양(12)은 “상품권도 받고 풍선도 받아 즐거웠다”고 말했다. 현장 곳곳에는 체험 부스와 포토존이 이어져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서울시는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로컬브랜드 육성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의 고유한 매력을 살린 축제와 플리마켓, 버스킹 등 볼거리·체험거리를 마련해 각 상권을 하나의 브랜드로 키우는 방식이다. 단기 홍보를 넘어 상권 이미지를 축적하려는 취지다.

● 지역 상권을 브랜드로 키운다

이날 열린 용산구 ‘용마루길’ 축제는 서울시 로컬브랜드 육성사업 선정지 가운데 하나다. 경의선숲길과 가까운 용문동 일대를 중심으로 조성된 이 거리는 ‘도심 속 숲길을 거닐며 즐기는 여유’를 콘셉트로 삼았다. 이번 축제는 다음 달 9일까지 매주 금·토·일, 총 9일간 열린다. 공원에서는 버스킹 공연과 요가·필라테스 체험, 캐리커처, 페이스페인팅 등 주민 참여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지역 상점과 연계한 15개 플리마켓 부스도 운영된다.

로컬브랜드 사업에 참여한 다른 자치구에서도 축제가 이어진다. 30∼31일 동대문구에서는 ‘회기랑길 청춘 야장놀이터’가 열린다. 대학가 골목을 야외 무대로 꾸며 핼러윈 분장 체험, 미니 오락실, DJ 파티, 대학생 버스킹 공연 등으로 젊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낸다. 단순 거리 행사에 그치지 않고 회기 일대 상권을 문화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다음 달 1일에는 관악구 대표 상권 ‘샤로수길’에서 ‘청춘문화놀이터 그라운드 샤로수’가 열린다. EDM DJ 공연과 미니 스포츠 게임, 거리 퍼포먼스로 샤로수길 전역을 체험형 축제 공간으로 만든다. 이튿날인 2일에는 서초구 ‘케미스트릿 강남역’에서 ‘제2회 케미스트릿 강남역 페스티벌’이 열린다. ‘K-맛·멋·미’를 주제로 K-뷰티쇼, K-맥주 시음 등 프로그램이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축제를 통해 각 상권의 고유한 분위기와 지역성을 살리고, 단순 소비 공간을 넘어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어울리는 문화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 상권 매출 3년 새 21% 이상 증가

서울시는 2022년 1기부터 올해 4기까지 4년간 총 13곳을 로컬브랜드 상권으로 지정했다. 올해는 사일구로(강북구), 회기랑길(동대문구), 상봉먹자골목(중랑구), 성북동길(성북구) 등 4곳이 새로 선정됐다. 선정 상권에는 2년간 시·구비를 합쳐 최대 10억 원이 지원된다. 역사·문화·관광 자원을 살린 축제 효과로 상권도 활력을 되찾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초구 양재천길 등 1기 상권 5곳의 지난해 점포당 월평균 매출은 1304만 원으로, 사업 시행 전인 2021년 대비 21.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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