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이사장, 국감서 필요성 밝혀
약사 “수급 불안-리베이트 해결할 방법”
의사 “국민 안전과 생명 포기” 반대 시위
서울 종로구 약국거리에서 시민들이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다. 2023.9.18/뉴스1
성분명 처방을 두고 의사와 약사 간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의사 출신인 정기석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이사장이 “성분명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정 이사장은 성분명 처방제를 도입해야 하느냐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와 같이 답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평생 환자 보면서 느낀 것은 어떤 약은 (같은 성분이라도) 효과의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분명 처방이란 특정 의약품 제품명이 아니라 약물의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재는 의사가 특정 의약품의 제품명으로 처방하고 있어 해당 약품이 아니면 약을 조제할 수 없다. 성분명 처방이 도입되면 약사는 해당 성분의 여러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해 조제할 수 있게 된다.
약사들은 “의약품 수급 불안정과 제약사 불법 리베이트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지난달부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동일한 성분 의약품이라도 임상 반응은 다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수급 불안정 의약품의 근본적 문제 개선은 외면하고 성분명 처방을 택하는 것은 국민 안전과 생명에 대한 포기선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최근 건보공단에서 벌어진 개인정보 유출 사건, 중국인 가입자 건강보험 재정수지 통계 오류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지난달 1일 건보공단 시스템 오류로 장기요양기관 대표자, 종사자, 수급자 등 총 182명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노출된 개인정보는 성명,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이다. 정 이사장은 “유출 사고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더 주의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인 건보 무임승차론’이 건보공단의 통계 오류 때문에 불거졌다는 질타에 대해서도 “저희가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건보공단은 2020년 중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239억 원 적자였다고 했으나 올해 3월 365억원 흑자라고 정정한 바 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인사 논란도 다뤄졌다. 올 4월 진료심사평가위원으로 임용된 박병우 전 연세대 의대 교수는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은 범인에게 허위진단서를 발급했다. 유방암 등으로 허위 진단서를 받은 가해자는 여러 차례 형 집행 정지를 받고 민간 병원 호화 병실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박 교수는 2017년 대법원에서 벌금형 500만 원을 확정받았고, 2013년에는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3년간 회원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관련 질의에 강중구 심평원장은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 10여 년이 지나 임용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다”면서도 “사회적 문제가 된다면 직위해제, 징계처분 등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채용 시 의료법 위반 전력 검증을 강화하고, 의료법 중에서도 특히 진단서 발급 관련해 의사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된 이력이 있는 경우는 배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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