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뒤덮은 ‘이갈이’ 낙서 …‘예술 흉내 낸’ 미국인 결국

  • 뉴스1
  • 입력 2025년 5월 10일 11시 42분


낙서를 예술이라던 美 남성, 징역 1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그려진 그래피티 /2023.11.27 (용산경찰서 제공)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그려진 그래피티 /2023.11.27 (용산경찰서 제공)
서울 이태원을 중심으로 ‘이갈이’라는 글씨 낙서가 수백 곳에 등장해 시민 불안을 조성했던 미국인 A 씨(31)에게 법원이 징역 1년형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박지원 부장판사는 공용물건손상 및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지난달 16일 징역 1년을 선고하며 “A 씨의 행위 상당수는 예술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1년간 용산 전역에 낙서… 시민들 “테러 예고 아니냐” 불안

사건은 2022년 10월, A 씨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변전기 박스에 붉은 래커로 ‘이갈이’라는 글씨를 쓰며 시작됐다. 마르지 않은 래커가 흘러내리며 마치 피로 쓴 글씨처럼 보였고, 이를 자신의 ‘작품’이라며 SNS에 올렸다.

이후 1년간, A 씨는 서울 용산 일대 변압기 박스·담벼락·전봇대 등지에 ‘이갈이’라는 단어를 총 138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썼다.

때로는 ‘23’이나 별 모양 기호, ‘bruxism(이갈이의 의학용어)’ 등을 함께 적으며 의도를 알 수 없는 행각을 이어갔다.

SNS에는 현장 사진과 함께 작품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신고 잇따르자 경찰 수사… 검거 후 “이갈이 심각성 알리고 싶었다”

낙서는 빠르게 번졌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테러 예고 아니냐”, “불길하다”는 불안이 확산됐다. 급기야 경찰에 수차례 신고가 접수됐고, 한 달여 수사 끝에 A 씨는 검거됐다.

검거 당시 A 씨는 자신의 SNS에 “이갈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질병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경찰 조사에서도 “이갈이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예술 아니다… 범행 자체를 즐긴 듯”

하지만 재판부는 그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고, 상당수 피해물을 원상회복하긴 했지만, 행위 자체를 즐긴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법질서를 경시하고 다수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질책했다.

이어 “짧은 기간에 반복된 범행은 사회적 파장을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현재 A 씨는 출국이 정지된 상태로, 장기간 한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닷컴 온라인뉴스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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