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 없던 사람 찌르곤 태연히 흡연… 체포땐 “의사가 날 해치려 해” 횡설수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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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역 인근 마트 30대 흉기살해범
112에 “2명 찔렀다” 직접 신고도
또 묻지마 범죄… 시민들 불안

23일 오전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마트의 문이 방수 천막으로 닫혀 있다. 뉴시스
23일 오전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마트의 문이 방수 천막으로 닫혀 있다. 뉴시스
서울 강북구 지하철 4호선 미아역 인근 한 마트에서 처음 보는 6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2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성은 범행 직후 태연히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경찰에 자진 신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남성은 전날 미아역 인근 한 마트에서 일면식 없는 60대 여성과 40대 여성 마트 직원 등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이 중 60대 여성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변을 당했다.

남성은 범행 직전 마트에 진열된 소주 1L가량을 마신 뒤, 진열대에 있던 칼을 집어 들고 포장을 뜯어 피해자들에게 휘둘렀다. 한 차례 공격으로 60대 여성이 쓰러지자 주변 시민이 말리려 했으나, 남성은 다시 수차례 추가로 흉기를 휘둘렀다. 범행 직후에는 흉기를 마트 내 과자 더미 사이에 놓아두고 인근 골목으로 이동했다.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범인이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며 통화하는 모습이 찍혔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112에 걸어 “여기 위치추적 해보시면 안 돼요?” “마트에서 사람을 두 명 찔렀는데요”라고 말했다. 112에서 “누가요?”라고 묻자 “제가요 방금”이라고도 했다. 남성은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담배 한 대만 피우고 갈게’라는 취지로 말한 뒤 흡연을 하다가 경찰에 제압당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정신병력을 확인 중이다. 남성은 체포 과정에서는 “의사가 나를 해치려 해서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겁이 나서 다른 사람을 해쳤다”며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경찰은 마약 등 약물 검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 남성은 범행 전까지 인근 정형외과에서 손가락 골절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범행 당시에 환자복 차림이었다. 그가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입은 40대 마트 직원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건이 발생한 마트는 영업을 일시 중단했다.

23일 사건 현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묻지 마 범죄’에 불안을 호소했다. 매일 출퇴근길에 이곳을 지난다는 주민 김모 씨(44)는 “2년 전 흉기 난동 사건이 떠올라 무섭다”고 말했다. 주민 박모 씨(65)도 “장 보러 자주 가는 마트에서 나와 비슷한 나이대 사람이 변을 당했다니 남 일이 아닌 듯해 가슴이 철렁했다”고 했다.

앞서 2023년 7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조선(당시 35세)이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같은 해 8월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선 최원종(당시 22세)이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한 뒤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미아역#흉기살해범#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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