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발표 14개월만에 원점… 내년 증원 ‘0’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8일 03시 00분


이주호 “국민에게 우려 끼쳐 송구”

17일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된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내원객들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관련 발표 생중계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날 “2026학년도 모집인원은 조정됐지만 2027학년도 이후의 입학 정원은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에 따른 수급추계위원회를 중심으로 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17일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된 가운데,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내원객들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관련 발표 생중계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날 “2026학년도 모집인원은 조정됐지만 2027학년도 이후의 입학 정원은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에 따른 수급추계위원회를 중심으로 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정부가 17일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 19년째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 5058명으로 발표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 조건으로 ‘증원 0명’을 제안했다. 17일 기준 의대생 수업 참여율이 25.9% 수준임에도 원칙을 깨며 올해 증원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조정 방향’ 브리핑을 열고 “증원을 기대했던 국민에게 의료개혁이 후퇴하는 것 아닌지 우려를 끼치게 돼 송구하다”면서도 “이번 발표로 의대생이 반드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대 모집인원 결정 원칙을 바꾸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복지부는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으로 되돌리는 방안에 대해 반대해왔다.

교육부, ‘전원 복귀 조건’ 원칙 깨고 의대 정원 동결… “국민에 송구”


[내년 의대증원 0명]
조건부 휴학 승인 등 오락가락 정책
의대생 수업 거부, 참여율 26% 그쳐… 정부는 “이젠 돌아올 것” 낙관만
내년 3개 학년 동시 수업 가능성… 증원에 맞춰 투자한 대학들 난감

17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과 학장 의사를 존중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2024학년도 정원(3058명)과 동일하게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형식적으로는 전날(16일) 전국 40개 의대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가 정부에 한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지만, 사실상 의대생 및 의료계의 실력 행사에 정부가 백기를 든 것이다.


● 원칙 깨고 모집인원 동결

지난달 7일 이 부총리와 의총협,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의대생의 군 입대나 임신, 질병 등으로 인한 휴학을 제외한 ‘전원 복귀’를 조건으로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질 경우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을 증원 이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7일 기준 지난해 진급하지 못한 6개 학년에 올해 입학한 25학번까지 총 7개 학년의 평균 수업 참여율은 25.9%다. 본과생은 29%, 예과는 22.2%이며 학교별로 수업 참여율이 한 자릿수인 곳부터 67%에 이르는 곳까지 편차가 크다. 증원되지 않은 서울 지역 대학의 의대생 복귀율은 40%이고 증원이 많이 된 지방대는 평균 22%다.

결국 교육부는 스스로 내세운 원칙을 깨며 대학 입시 정책의 안정성 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를 믿고 복귀한 학생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며 “강경파는 20∼30%고 40%는 눈치를 보고 있다. 이번 발표가 명분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의대 학사 운영과 관련해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내자 교육부는 동맹 휴학을 승인하지 말라고 대학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의대생이 계속 수업을 거부하자 학칙을 개정해 F 학점을 받아도 유급되지 않게 했다. 의대생들이 휴학 승인을 요구하며 복귀하지 않자 지난해 10월에는 2025학년도 복귀를 약속하면 휴학을 승인해 주겠다는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을 밝혔다가 반발이 이어지자 의대생 휴학계 승인 여부를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이처럼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 행태를 더욱 강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 대학 “1년 만에 증원 백지화” 우려

정부의 내년도 의대 증원 철회 확정에도 의대생의 집단 수업 거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 사이에선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버텨 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이달 말까지 의대 32곳에서 본과 4학년의 유급이 결정되는 것을 시작으로 1학기 말까지 출석일수가 모자란 전체 학년의 유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년도 예과 1학년은 3개 학년(24·25·26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각 대학의 걱정도 크다. 이 부총리가 17일 “2027학년도 이후 정원은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내년도 모집인원이 조정된 마당에 2027학년도 이후에 다시 확대된 정원만큼 뽑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가 증원에 호의적이라 하더라도 새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갖고 의정 갈등을 돌파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증원을 가정해 새로운 의대 건물을 짓고 임상실습 공간 마련 및 교수 충원을 위해 투자를 시작한 대학들은 모두 백지화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설계가 들어간 국립대가 많은데 최대한 예산을 확보하겠지만 매년 (기존보다) 2000명 증원된다는 전제하에 세웠던 계획대로 투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국립대도 사정이 이런데 대출로 기반 시설 등을 투자한 사립대는 더욱 걱정이 깊다. 이러한 우려를 인식한 듯 의총협은 교육부에 “선진화된 의학 교육을 위해 국립대, 사립대를 막론하고 정부의 지속적인 행정·재정적 지원을 요청한다”고 건의했다.

#의대생#집단 수업 거부#교육부#모집인원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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