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김재규 사형 45년만에 재심 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0일 03시 00분


1979년 박정희-차지철 살해 혐의
내란목적-내란수괴 미수로 사형
법원 “구타-고문 등 가혹행위 인정”
변호인 “당시 재판 절차적 정의 무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10·26사태로 사형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사진)이 다시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1980년 사형이 집행된 지 45년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19일 김 전 부장에 대한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단 소속 수사관들이 피고인을 수사하면서 수일간 구타와 전기 고문 등의 폭행과 가혹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형사소송법이 정한 재심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은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대통령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10·26사태 한 달 뒤인 1979년 11월 26일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내란 목적 살인, 내란 수괴 미수 혐의가 인정돼 이듬해 5월 20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고 나흘 뒤 사형이 집행됐다.

김 전 부장의 유족은 2020년 5월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논의의 수준이 진화하고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변호인단은 청구 당시 “(한 방송에서 공개된) 10·26사태 재판 당시 녹음테이프를 통해 보안사령부가 쪽지 재판으로 재판에 개입한 사실, 피고인들의 발언 내용이나 재판 진행 내용이 공판조서에 그대로 적혀 있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며 “당시 변호인들조차 대법원 판결문을 열람하지 못했고 김재규의 살해 동기도 은폐됐다”고 주장했다. ‘내란 목적 살인’에서 ‘내란 목적’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민간인인 김 전 부장을 군법회의에 기소한 것은 위헌이고, 당시 고문과 가혹 행위 등이 있었다는 것도 재심 청구 사유로 들었다.

청구 약 4년 만인 지난해 4월 첫 심문기일이 열렸다. 3차례 진행된 심문기일에는 과거 김 전 부장을 변호한 안동일 변호사(85)가 직접 출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안 변호사는 “10·26 사건을 이야기할 때마다 당시 재판은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었다는 막말을 여러 번 했다. 제가 그리 막말하는 사람이 아닌데 왜 그랬겠나”라며 “지금 생각하면 오욕의 역사라 그랬다. 치가 떨리고 뼈아픈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당시 재판은 절차적 정의가 철저히 무시됐다”며 “아무리 군법회의라 해도 사법부인데 옆방에 차출돼 나온 검사와 판사 10여 명이 앉아서 재판을 지켜보며 쪽지를 전달하고 코치를 했다”고 비판했다.

심문 과정에서 김 전 부장의 최후 진술 녹음 일부도 재생됐다. 녹음에는 “저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혁명하지 않았다” “10·26 혁명의 목적은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고 국민의 희생을 막는 것” “유신체제는 국민을 위한 체제가 아니라 박정희 각하의 종신 대통령 자리를 보장하는 게 됐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10·26사태#김재규#사형#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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