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후보 지자체 28일 최종 결정… 전북도와 대결
“서울, 88올림픽 시설 활용 가능… 비용 줄여 흑자 올림픽 개최 기대
한강서 철인3종 등 경기 열릴것… 호텔-컨벤션 시설도 경쟁력 충분
전북과 공동개최땐 5조 더 들어… 북한과의 분산개최는 고려할만”
2036 여름올림픽 유치에 도전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송파구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국제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복합단지를 소개하고 있다. 오 시장은 “2036 서울 올림픽은 K컬처를 중심으로 한 문화 올림픽이자 기존 시설을 100% 활용한 환경 올림픽, 흑자를 낼 수 있는 경제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제공
“서울은 이미 절반 이상 준비된 도시다. K콘텐츠의 수도로서 서울의 매력을 전 세계인에게 보여 주겠다.”
2036 여름올림픽 유치에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은 1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의 강점을 이렇게 강조했다.
2036 올림픽 유치에 도전하는 국내 지방자치단체는 서울시와 전북도다. 대한체육회는 28일 대의원 총회를 열고 이 중 한 곳을 국내 최종 후보로 결정한다. 한국 후보가 되면 이미 유치전에 뛰어든 인도(미정), 인도네시아(누산타라), 카타르(도하), 튀르키예(이스탄불), 헝가리(부다페스트) 등 해외 도시들과 경쟁을 벌이게 된다.
28일 대의원들을 상대로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는 오 시장은 “국내 경쟁 도시나 해외 경쟁 도시들은 유치가 확정된 후 (경기장 건설 등)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은 대부분의 시설이 3분의 2 이상 준비돼 있다. 수확할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1988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서울은 당시 사용했던 경기장들을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다.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은 6만 석 이상의 최신 시설로 리모델링되고 있고, 돔구장 등이 포함된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국제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복합단지도 조성 작업에 들어갔다. 오 시장은 “민간투자를 유치해 이미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2031년경이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장(IOC)도 만날 때마다 ‘공사는 언제 끝나느냐’며 관심을 표한다”면서 “서울은 최소 비용으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어 무조건 ‘흑자 올림픽’이 가능하다. 주변에 호텔과 컨벤션 시설도 풍부해 다른 어떤 도시보다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 현장을 직접 찾았던 오 시장은 “센강 주변에서 펼쳐진 파리 올림픽을 보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우리는 한강을 활용해 훨씬 다양하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은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 주변에 경기장 등을 배치해 큰 화제를 모았다. 서울은 동쪽은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 서쪽은 상암동 평화의공원에 들어서는 대관람차 ‘서울링’ 등 두 개의 랜드마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오 시장의 설명이다.
오 시장은 “한강 변을 따라 철인 3종(수영, 마라톤, 사이클), 비치발리볼, BMX 레이싱 등이 열린다”며 “한강은 오픈워터 수영과 철인 3종 수영 장소로 활용된다”고 소개했다. 파리 올림픽 철인 3종 등이 열린 센강은 세계수영연맹의 대장균 기준치를 초과해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한강은 100mL당 대장균이 31마리로 센강보다 100배 깨끗한 수질을 자랑한다. 실제로 오 시장은 지난해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한강 쉬엄쉬엄 3종 축제’ 때 시민들과 함께 한강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꾸준한 수질 개선으로 지금 한강 물은 음용수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북과의 공동 개최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공동 개최를 하면 5조 원 정도의 돈이 더 들어간다. 경기장과 별개로 선수촌과 미디어촌 등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분산 개최는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 경기도, 인천시, 부산시, 강원 양양군 등과는 경기장 공동 활용에 대한 협의를 끝냈다. 전북도와도 얼마든지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은 2032년 올림픽 유치 때 남북 공동 개최를 추진했다가 실패했다. 이번에는 서울만의 단독 개최로 방향을 바꿨지만 북한과의 동행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오 시장은 “2036년쯤 되면 국제 정세와 남북 관계가 지금과는 많이 바뀌어 있을 수 있다. 올림픽 정신 자체가 평화 추구 아닌가. 여건이 허락한다면 북한과의 분산 개최도 고려해 볼 수 있다. IOC 역시 이 같은 아이디어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엘리트 스포츠 발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서울 올림픽 이후 만들어진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을 통해 한국은 여름·겨울올림픽에서 10위권 안팎을 유지하는 ‘스포츠 강국’이 됐다. 2036 서울 올림픽은 엘리트 스포츠를 넘어 생활 스포츠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오 시장의 생각이다. 그는 “이미 한국엔 전국 각지에 스포츠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걷는 도시다. ‘손목닥터 9988 프로젝트’ 등의 영향으로 생활체육이 급신장했다”며 “2036 올림픽은 국민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제고해 건강 및 장수와 직결되는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운동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2036년은 손기정 선생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지 10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오 시장은 “올림픽을 개최하면 도시 전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녹지가 늘어나고 주거환경이 개선되면 시민들의 삶이 질이 올라가고 도시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진다. 이는 경제발전과도 직결된다”며 “서울은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인기 도시다. 전 세계인이 인정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갖춘 서울은 ‘트립어드바이저’가 뽑은 혼자서 여행하기 좋은 도시에서 1위를 했고, 세계도시경쟁력 평가에서도 6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2036 서울 올림픽은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국민소득 10만 달러 시대를 향해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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