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한양대 등 32개 대학 등록금 인상 확정…120여곳도 논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3일 14시 23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학내 게시판에 등록금 인상 반대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어 있다. /뉴스1
전국적으로 32개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확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 숫자(26곳)를 이미 넘겼는데 10여 곳은 등록금 인상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을 뿐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막바지 회의를 진행 중이고, 이외 120여 곳도 등록금 인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 압박이 17년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대학들은 오랜 등록금 동결로 전기세마저 걱정하는 재정 상황에서 우수한 교원을 데려올 수도 없고 물 새고 곰팡이가 핀 시설에서는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엄중한 시국 상황을 고려해 대학이 한 해만 더 참아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대학들은 “대학의 경쟁력이 추락하는데 무조건 참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 “내년에는 새 정부 출범해서 또 안된다고 할 것 아니냐”는 날 선 비판이 나온다.

● 이미 지난해 인상 대학 숫자 넘어

23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에 따르면 이날까지 2025학년도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32곳이다. 사립대가 27곳이고 국공립은 5곳이다. 지난해는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 모두 사립이었지만 올해는 경인교대 대구교대 부산교대 광주교대 진주교대가 인상을 결정했다. 특히 부산교대는 올해 교육부가 정한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인 5.49%를 올려 현재까지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 중 가장 높다.

사립대 중 수도권은 18곳, 비수도권은 9곳이다. 지금까지 등록금 인상은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지방대가 했는데 이번에는 수도권대가 더 많다. 특히 서울 지역 대학은 10곳이다. 올해 가장 먼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국민대(4.97%)와 서강대(4.85%)에 이어 성신여대(5.30%), 성공회대(5.10%), 동국대(4.98%), 한양대(4.90%), 덕성여대(4.85%), 이화여대(3.10%), 추계예대(3.0%) 등이다.

올해 등심위에서는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인상 비율을 제안하는 모습이 나왔다. 줄어든 학령인구로 풍요로운 초중고교를 졸업한 학생들이기에 대학 여건을 더 열악하게 느낀 탓이다.

수도권 대학 중 성신여대와 함께 등록금 인상 비율이 가장 높은 수원대 등심위에서는 학생위원이 “등록금 인상과 관련해 공감하고 있으나 상한선(5.49%)까지의 인상은 과하고 학생회 의견은 5%”라고 제안했다. 이에 학교 측은 “본교의 계열별 등록금이 수도권 사립대 최하위 그룹이고 양질의 교육을 위해 반드시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에 학생회 측에서는 논의 끝에 5.2%를 제시했다. 이후 학교 측은 학생회 의견을 고려해 5.35%. 학생들은 5.25%를 제안했고 결국 절충안으로 5.30%가 통과됐다. 한양대에서도 학교 측은 5.2%를 제안했지만 학생들이 5%대는 과하고 4.5% 수준이면 좋겠다고 역제안한 끝에 4.90%로 결정됐다.

비수도권 대학 중에는 인제대와 경성대가 법정 인상 한도에 근접한 5.48%, 영남대 중부대 동신대가 5.40%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 대학들 “더 이상 못 버텨”

올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한 대학은 현재까지 29곳으로 국공립대 21곳, 사립대 8곳이다. 국공립대 대부분도 올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8일 거점국립대학 총장협의회와 간담회를 열고 동결을 당부하며 영향을 받았다. 일찌감치 동결을 결정했던 서울대 외에 강원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등이다.

동결을 결정한 사립대는 수도권의 아신대와 한성대, 비수도권의 경동대 가톨릭꽃동네대 남부대 등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이 학생 모집에 영향을 줄까 우려하는 대학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사총협은 아직 등록금을 결정하지 못한 120여 개 대학 중 상당수도 인상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이 인상을 논의 중이다. 이들 대학도 인상을 확정하면 2009년부터 계속된 정부의 등록금 동결 압박 정책은 올해 실패로 돌아갈 전망이다. 최근 3년 사이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2022년 6곳, 2023년 17곳, 2024년 26곳이었다.

22일 전국 136개 대학 총장들이 참석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서는 “등록금과 국가장학금 Ⅱ유형 연계를 폐지해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정부는 2012년부터 등록금을 동결 혹은 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라 갑자기 (총장들 요구대로 등록금과 국가장학금Ⅱ 유형 연계를 폐지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게 쉽지 않고 대학이 한 해만 더 참아달라는 민생의 요구가 있다”며 “내년에는 대학 사정을 반영해 드릴 수 있는 기반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등심위에서 학생들도 동의해서 대학의 발전을 위한 등록금 수준을 결정하는 건데 정부가 왜 자꾸 대학의 손발을 묶느냐”며 “등록금 자율권도 인정 안 하면서 무슨 규제를 풀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대학#대학 등록금#등록금#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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