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에도 봉사 실천’ 50대, 장기기증으로 5명에 ‘새 삶’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8일 1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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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기조직기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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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실천해온 50대 남성이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5일 인하대학교 병원에서 정수연 씨(52)가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18일 밝혔다.

정 씨는 2월 29일 거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정 씨의 가족은 뇌사 진단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기증에 동의하기로 했다. 정 씨의 바람대로 기증을 통해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정 씨가 기뻐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정 씨는 평소 이식을 받지 못하고 힘들게 투병하는 환자들을 안타깝게 여기며 훗날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가족은 전했다.

강원도 평창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정 씨는 20년 전 갑작스럽게 ‘보그트 고야나기 하라다병’이라는 희귀질환을 진단 받았다. 하지만 좌절하거나 세상을 원망하기보단 주어진 상황에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것들을 베풀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가족은 전했다. 실제 정 씨는 교회에서 오랫동안 주차 봉사를 했고, 선반 제작 회사에서 일하며 든든한 가장 역할을 했다고 가족은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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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의 아내 김미영 씨는 “자기야, 자기는 나에게 가장 다정한 친구였어. 아픈데도 20년 동안 최선을 다해 가장으로, 남편으로 살아준 게 너무 자랑스러워.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게 되면 제일 먼저 나를 맞아줬으면 좋겠어. 고맙고 정말 사랑해”라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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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기조직기증원 변효순 원장 직무 대행은 “희귀병이라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가족과 이웃을 보살피신 정 씨의 따뜻한 마음이 삶의 마지막 순간 생명 나눔으로 꽃 피운 것 같다”며 “생명을 살린 기증자의 아름다운 모습이 사회를 더 따뜻하고 환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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