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줍는 어르신이 빗자루로…무인매장 앞 쌓인 눈 치워주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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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27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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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7시 30분경 인천 중구의 한 무인 매장 앞에 쌓인 눈을 폐지 줍는 어르신이 치우고 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지난 24일 오전 7시 30분경 인천 중구의 한 무인 매장 앞에 쌓인 눈을 폐지 줍는 어르신이 치우고 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폐지 줍는 어르신이 무인 매장 앞에 쌓인 눈을 치워주고 미끄럼 방지를 위한 담요도 깔아줬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25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인천 중구에서 무인 매장을 운영한다는 A 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A 씨는 크리스마스이브였던 지난 24일 아침 일찍 매장으로 향했다. 그는 “눈이 많이 오고 한파로 인해 추운 날이었다. 무인 매장이다 보니 손님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제가 가서 할 일이 조금 있다”고 설명했다.

당일 매장을 청소하려던 A 씨는 매장 앞에 쌓여있던 눈을 치운 흔적과 입구에 깔린 담요를 발견했다. 그는 아르바이트생이 청소한 줄 알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아르바이트생은 “제가 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의아함을 느낀 A 씨는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고 깜짝 놀랐다. CCTV에는 평소 매장 인근에서 리어카로 폐지를 줍는 어르신이 빗자루를 들고 매장 앞에 쌓인 눈을 치우는 모습이 담겼다. 어르신은 사람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매장 입구에 담요도 깔았다.

당시 해가 다 뜨지 않아 어두운 상태였지만 어르신은 폐업한 옆 카페 쪽에 쌓인 눈까지 치웠다.

폐지 줍는 어르신이 무인 매장 앞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담요를 깔아두고 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폐지 줍는 어르신이 무인 매장 앞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담요를 깔아두고 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A 씨는 “며칠 전 매장에 갔더니 손님은 없는데 누군가 휴대전화를 충전해 놨더라”며 “손님이 충전하고 안 가져간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 어르신이었다. 그때 그냥 모른 척하고 청소만 하고 나왔는데 그래서 눈을 치워 주신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는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서 크리스마스이니 작은 케이크를 선물로 준비했다”며 “차곡차곡 쌓여 있는 박스 위에 살포시 놓고 오겠다”고 했다.

A 씨는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구절을 언급하며 “누구에게나 고마운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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