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표류 막는다” 경남, 24시간 상황실서 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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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최초의 응급의료상황실
인근 병원 병상 수-전문의 배치 등… 실시간 공유하는 컨트롤타워 구축
119상황실 도와 환자 전원 조정도
“내년 말까지 통합 플랫폼 개발… 의료진 확충 등 정부 지원 절실”

6일 경남도 응급의료상황실 근무자들이 응급환자 이송 병원 선정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경남 응급의료상황실은 중증 응급환자 이송을 돕고 전원을 조정하는 등 응급 상황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경남도 제공
6일 경남도 응급의료상황실 근무자들이 응급환자 이송 병원 선정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경남 응급의료상황실은 중증 응급환자 이송을 돕고 전원을 조정하는 등 응급 상황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경남도 제공
“5분 간격으로 진통이 시작된 지 3시간이 넘었어요. 병원 선정이 안 되고 있으니 최대한 빨리 이송할 병원 좀 찾아주세요.”

5일 오후 8시 6분경 경남도청 신관 3층에 있는 경상남도 응급의료상황실에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양산소방서 물급특별구급대원들이 응급 환자 병원 이송을 도와달라고 상황실에 연락한 것. 23주 차에 접어든 임신부 A 씨(30)가 이날 오후 5시경부터 진통이 시작돼 오후 8시경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가 곧장 상황실로 이송 병원을 찾아달라고 연락했다.

상황실은 경남 창원지역 5개 대형 병원에 이송 가능 여부를 묻고 “야간에 근무하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는 답을 들은 뒤 인근 지자체인 부산에 있는 병원까지 찾기 시작했다. 오후 8시 35분경 양산에서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부산백병원으로 이송을 무사히 마쳤다.

유승희 경남도 응급의료지원단 담당 사무관은 “구급대원들이 응급실을 찾기 위해 전화기를 붙잡고 있다가 시간을 허비했다면 자칫 위험한 상황이 닥칠 수 있었지만 빠르게 대처해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응급환자 ‘표류’ 막는 지자체 첫 응급의료상황실

경남도가 6일 응급의료상황실 현판식을 열고 운영을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응급의료상황실은 4개 팀 12명이 순환 근무해 공백 없이 운영하며 ‘응급환자 표류’를 막는 것이 목표다.

상황실은 경남 및 인근 지자체 각 병원의 여유 병상 수와 전문의 배치 현황 및 진료 가능 항목 등 정보를 실시간 업데이트한 ‘응급의료 상황판’을 바탕으로 상황에 대처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119상황실이 중증 응급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기 어려워할 때 상황을 지휘하는 건 물론 응급환자의 전원(轉院)을 조정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지난해 경남의 4대 중증질환 이송 현황은 뇌혈관 질환 3958명을 비롯해 1만4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문의 부재 등 사유로 표류한 응급환자는 304명으로 나타났다. 18개 기초 지자체 가운데 창원 진주 김해 양산을 제외한 14곳이 응급의료분야 취약지인 경남은 지난해 응급의료기관 이용자가 51만3183명으로 인구 1000명당 전국 평균보다 많았다.

● ‘경남형 통합 플랫폼’ 내년 구축

경남도는 각 병원 응급실과 응급의료상황실의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경남형 통합 플랫폼’도 내년 말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따로 운영 중인 119 종합상황실·응급전원협진망·응급의료 종합상황판 자료를 종합하는 것이 플랫폼의 핵심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7일 “통합 플랫폼이 완성되면 모든 응급환자의 발생과 신고, 병원 선정과 이송까지 한눈에 파악하고, 응급환자 보호자에게 이송 병원을 안내할 수 있다”며 “도민과 함께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지자체 차원의 응급의료상황실 구축이 응급환자 표류를 막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연호 삼성창원병원 행정부원장은 “경남은 행정구역이 넓고 의료기관이 특정 지역에 밀집돼 있어 실시간으로 응급의료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건 매우 중요하고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황수현 창원경상국립대병원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응급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지원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응급환자#표류#경남#24시간 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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