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선택과목 폐지’, 6년 전에도 검토…당시엔 “고교교육 파행 우려”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13일 1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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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개편안 교육부 정책연구 보고서
통합사회·과학까지 출제하고 선택과목 폐지안
"수능 출제 과목만 반복 학습, 변별력도 우려"
2028 개편안과 흡사…전문가들 "지금도 유효"
교육부 "내신 있어 수업 파행 안돼…변별 가능"

과거 교육부 의뢰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을 위한 정책 연구에서 ‘선택과목 폐지’, ‘통합사회·과학 출제’ 방안이 제시됐지만 여러 우려로 수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최근 발표한 2028학년도 수능 개편 방안과 형태와 취지가 흡사해 그 배경과 과정이 눈길을 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규민 연세대 교수를 책임자로 하는 정책연구진에게 의뢰해 2017년 7월 ‘2021학년도 수능체제 개편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를 마련하고 그 다음 달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냈다.

이 교수는 최근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내다 올해 수능 6월 모의평가 ‘킬러문항 사태’로 사퇴했다.

2017년 당시 교육부는 문·이과 통합과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골자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2018년 고교 신입생이 치를 수능 개편안을 준비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종전 교육과정과 달리 계열 구분 없이 배우는 기초 소양 과목인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체제로 교과가 분리된 게 특징이었다. 탐구에서도 ‘통합사회’, ‘통합과학’이라는 교과가 처음 만들어졌다.

이 전 원장을 비롯한 연구진은 당시 보고서에서 수능 개편안을 크게 3가지로 제시했는데 ▲선택과목 없는 ‘공통형’ ▲선택과목 있는 ‘조합형’ ▲수능을 대입 수시전형 앞뒤로 2번 치르는 ‘분리형’ 실시였다.

‘공통형’은 계열 구분 없이 ▲한국사 ▲국어 ▲수학 ▲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 6개 과목을 모든 수험생이 선택과목 없이 치르고 기존 사회·과학·직업탐구의 선택과목과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폐지하는 형태다.

국·수·영은 교육과정 상 공통과목 또는 2~3학년이 주로 듣는 일반선택 과목에서 출제할 수 있다. 다만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공통과목으로만 출제하는 방안이다.

윤석열 정부 교육부가 이달 10일 내놓은 2028학년도 수능 개편안과 거의 같다.

교육부의 이번 수능 개편안은 국어·수학·탐구에서 선택과목을 없애고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별도 과목으로 실시한다. 특히 사회와 과학탐구 영역에서 고교 일반선택과목에 해당하던 선택과목들은 모두 폐지할 예정이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원장 등 정책 연구진은 ‘공통형’ 수능 안이 탐구 영역에서 제기되는 선택 과목 간 유·불리 문제와 점수 따기 좋은 특정 과목으로의 쏠림을 해소할 수 있을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과목 수가 줄어 학습량도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단점으로 “탐구영역의 선택과목이 수능에서 제외됨에 따라 (출제 범위인) 6개 교과의 반복 학습이 우려되고 학교 교육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며,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기초소양을 다루는 과목이므로 대학입시 자료로 활용되기 위한 변별력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교육계에서는 당시 연구진의 지적이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우려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교 교사 출신인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엄밀히 말하면 지금 교육과정의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현재의 교육과정보다 융합을 강조했다”면서도, “고교 수업이 파행되고 난도가 낮아서 변별력이 있는 문제를 출제할 수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숙제”라고 했다.

당시 교육부는 연구진의 ‘공통형’, ‘분리형’ 아닌, 선택과목이 있어 그 당시 수능과 가장 흡사했던 ‘조합형’을 채택해 일부 과목 절대평가(1안)과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전 과목 절대평가(2안)으로 발표했다.

수학은 가형(이과)과 나형(문과) 중 하나를 택하고 탐구는 단일 과목인 통합사회·통합과학(절대평가)를 모든 수험생이 치른 뒤 탐구 1개 과목을 선택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에 결국 폐기되고 1년 미뤄져 현재의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도입됐다.

이 과정에서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수능에서 제외됐다. 당시 교육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개별 맞춤형 교육을 강조하던 기조였기 때문에 모든 수험생이 필수 응시하는 과목은 맞지 않다고 여겼다”고 밝혔다.

지금의 수능은 국어와 수학이 ‘공통+선택과목’ 체제로, 똑같은 100점을 맞아도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증폭되면서 결국 도입 6년 만에 폐지가 확정됐다.

이 전 원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2028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두고 “선택과목이 있는 상황에서는 유·불리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면서, “(원장 시절에도) 국어·수학 선택과목 때문에 논란이 많았고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어 최소한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전 원장은 “수능에 포함되지 않은 사회·과학 과목 등을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할 수 있을지는 우려가 있다”며 “새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려 과목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수능을 수시 전후에 나눠서 보는 분리형(수능Ⅰ, 수능Ⅱ)”이라고 했다.

통합사회·과학에 대해서도 이 전 원장은 “2021학년도 개편안 마련 당시에는 원래 절대평가”였다며 “변별력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028학년도에는) 상대평가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보여지고, 변별력 있는 문제를 출제해야 하는 것은 이제 평가원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수능에 출제되지 않는 사회, 과학은) 수시를 대비하는 학생들은 내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부를 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는 씻기 어렵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회, 과학에서 공통과목만으로 수능 출제범위를 좁히면 고교 수업이 파행될 수 있다는 것은 오해”라며 “대입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위주 전형의 비율이 수능 전형보다 크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미래 사회에서는 융합적, 통합적 사고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출제하는 것이고 선택과목의 불공정 문제도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며 “변별력도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 킬러문항이 배제됐지만 확보했던 것처럼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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