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밭서 다리 ‘절뚝’이며 쟁기질…이웃이 70대 지적장애인 수년간 노동착취

  • 뉴스1
  • 입력 2023년 9월 27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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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기를 끄는 지적장애인(오른쪽)과 이웃집 남성. (KBS 갈무리)
쟁기를 끄는 지적장애인(오른쪽)과 이웃집 남성. (KBS 갈무리)
충북 청주의 한 70대 지적 장애인이 이웃으로부터 수년간 노동 착취를 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70대 지적 장애인 A씨의 아들은 “너무 어이없고 황당하고 눈물 난다”며 27일 KBS에 아버지가 겪은 일을 전했다.

A씨 아들은 농촌에서 홀로 사는 아버지가 걱정돼 집에 CCTV(폐쇄회로텔레비전)를 설치했다가 우연히 아버지의 노동 착취 장면을 포착하게 됐다.

영상에서 A씨는 건물 사이로 보이는 밭에서 다리를 절뚝이며 쟁기를 끌고 있었고, 그 뒤에는 한 남성이 따라가며 밭을 갈았다.

A씨에게 일을 시킨 건 이웃집 남성이었다. 동네 주민들은 A씨가 지난 10여년 동안 이웃집 남성의 농사일을 도맡아왔다고 말했다.

한 마을 주민은 “A씨가 땡볕에 고추를 안 따면 그 집 농사를 못 짓는다고 할 정도”라며 “뒤에 쟁기를 달아서 소처럼 거길 다 갈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농사일을 도운 뒤 정당한 대가조차 받지 못했다. A씨는 “(임금은) 안 줘. 콜라 같은 음료수나 준다. 거기서 일하면 등허리가 딱 부러질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A씨 명의로 나온 160만원 상당의 면세유도 이웃집 남성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웃집 남성은 임금을 줄 정도로 심한 일을 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일한 시간이 종일 일한 적도 없고, 종일 할 일도 없고, 고춧가루도 열 번씩 빻아서 주고, 고구마나 감자도 줬다”며 되레 억울하다고 말했다.

A씨 아들은 “저희 아버지가 지적 장애인인데 어떻게 보면 학대받은 것”이라며 장애인 인권 단체 등과 함께 학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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