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50대, 아내-아들 살해후 극단선택 추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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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조사 앞두고 스트레스 토로
경찰, 생계 걱정 계획범죄에 무게

전남 영암에서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시신 5구가 발견된 가운데 경찰이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2023.9.15 뉴스1
전남 영암에서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시신 5구가 발견된 가운데 경찰이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2023.9.15 뉴스1
전남 영암군 일가족 사망 사건을 두고 50대 가장이 부인과 세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소견이 나왔다. 가장 김모 씨(59)는 성범죄 혐의로 입건돼 다음 달 초 경찰 조사를 앞둔 상태였다.

17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1차 부검에선 15일 숨진 채 발견된 김 씨가 음독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이 나왔다. 김 씨의 부인(56)과 중증 장애가 있는 20대 아들 셋은 흉기에 의한 과다 출혈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됐다. 사망한 부인의 몸에는 반항 흔적이 있었지만, 세 아들의 몸에는 반항 흔적이 없었다.

경찰은 김 씨의 집에서 흉기 1개와 내용물이 30%가량 남은 독극물 1병을 발견했다. 출입문은 잠겨 있었고 외부 침입 흔적도 없었다. 경찰은 김 씨가 가족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독극물을 복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반항 흔적이 없는 세 아들은 흉기에 찔리기 전 수면제나 독극물을 복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밀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가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다음 달 5일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씨는 성범죄 수사 대상이 된 것을 두고 주변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한 이웃 주민에게 “성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는 걸 아내가 알게 되면 가족 4명을 모두 죽이고 나도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씨는 농사일을 하고 가끔 일용근로자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김 씨의 세 아들은 모두 지적장애가 있었고, 부인도 경제 활동을 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성범죄 때문에 중형을 선고받을 경우 가족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계획적 범행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암=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영암#일가족 사망 사건#생계 걱정 계획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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