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쫓아올까 두리번”… 흉기난동-살인예고에 텅빈 신림 골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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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식당 “손님 발길 사실상 끊겨”
꽃집 주인 “무서워 문 잠근채 영업”
‘살인예고 글’ 게시 4건… 1명 구속
조선, 최근 ‘홍콩 묻지마 살인’ 검색

27일 낮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골목을 경찰들이 순찰하고 있다. 21일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이 골목은 이후 
온라인에 살인 예고 글까지 올라오면서 낮에도 인적을 찾기 힘들어졌다. 상인들과 인근 주민들은 “마음 놓고 걷지도 못한다”며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7일 낮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골목을 경찰들이 순찰하고 있다. 21일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이 골목은 이후 온라인에 살인 예고 글까지 올라오면서 낮에도 인적을 찾기 힘들어졌다. 상인들과 인근 주민들은 “마음 놓고 걷지도 못한다”며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누군가 쫓아올까 봐 저도 모르게 자꾸 두리번거리게 되네요. 자주 다니던 골목이었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27일 낮 12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민영 씨(37)는 ‘묻지 마 흉기 난동’으로 숨진 남성(22)을 추모하기 위해 골목을 찾았다고 했다. 피의자 조선(33·구속)은 21일 오후 이 골목 일대 약 140m를 오가며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김 씨에 따르면 이 골목은 식당이 많고 직장인과 대학생 등으로 평일 낮에도 붐비던 곳이었다. 하지만 조선의 범행 후 ‘신림역에서 사람을 해치겠다’는 살인 예고까지 이어지면서 지금은 골목에서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한 시간 동안 지나간 시민은 20명 남짓이었는데 그나마 절반은 추모 공간을 방문하러 잠시 들른 이들이었다.

● 상인들 “무서워 문 잠그고 장사”
인근 상인들은 “누군가 흉기를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범행 장소에서 60m 거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윤옥 씨는 “사건 다음 날(22일)에도 싸움이 벌어져 온 거리가 공포에 질렸다”며 “흉기 난동 이후 혼자 있는 게 무서워 손님에게 물건을 건넬 수 있는 창구만 남기고 문을 잠갔다”고 했다.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고 했다. 추모 공간 인근 식당 2곳에는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20, 30개 테이블이 모두 텅 빈 상태였다. 식당 종업원 김정옥 씨(63)는 “흉기난동 사건 직후 손님이 70% 이상 줄었는데 신림역에서 추가 범행을 예고하는 글까지 올라오면서 지금은 손님들의 발길이 사실상 끊긴 상황”이라고 했다.

전날 밤 기자와 만난 가라오케 주점 주인 윤모 씨(66)는 “평일 저녁 최소한 방 5, 6개에는 손님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 명도 없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예고 살인 글까지 올라오니 정말 죽을 맛이다. 글을 올린 사람들을 찾아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인들의 인적이 끊긴 거리에는 최근 일대 순찰을 강화한 경찰들이 10분에 한 번씩 오가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 여성 노린 범행 예고에 주민 불안 호소
흉기 난동에서 남성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림역에 가서 여성을 해치겠다’는 글이 현재까지 4건 올라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 중 범행 사흘 후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해치겠다”는 글을 올렸던 20대 남성은 27일 오후 구속됐다. 범행 예고 글이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신림역 인근에 사는 한 직장인(27·여)은 “호신술을 배웠고 호신용품을 살까도 고민했지만 이번 흉기난동 사건을 보니 대비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아예 이사를 생각하는 중”이라고 했다.

조선의 묻지 마 범죄에 희생된 남성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인근에 사는 대학생 이모 씨(23)는 “대낮에 길거리를 걷다가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흠칫 놀라곤 한다”며 “호신용품 구입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 경찰 “범행 전 ‘홍콩 묻지 마 살인’ 검색”
27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조선은 올 1월부터 최근까지 포털사이트에 ‘홍콩 묻지 마 살인’ 등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정신질환을 앓던 30대 남성이 홍콩의 쇼핑몰에서 20대 여성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을 찾아본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은 포털사이트에서 ‘정신병원 강제 입원’, ‘정신병원 탈출’, ‘정신병원 입원 비용’ 등을 검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검색 기록과 범행의 관련성을 조사 중이다. 또 조선을 살인 및 살인미수, 절도, 사기 등의 혐의로 2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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