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승소 가능성 있다”…‘1300억 배상’ 엘리엇 판정 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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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18일 13시 34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조치 관련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3.7.18/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조치 관련 브리핑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3.7.18/뉴스1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1300억원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 판정에 불복하기로 결정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고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네덜란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정이 나온 지 28일 만이다. ISDS 취소 소송은 판정 이유가 누락되거나 재판 절차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등 절차상 하자에 한해 제기할 수 있으며 선고일로부터 28일 이내에만 가능하다. 이번 사건의 판정 취소 소송 제기 기한은 이날까지다.

◇ “국민연금 ‘사실상 국가기관’ 아냐…정부 책임 인정 부당”

정부는 중재판정부가 엘리엇이 ISDS를 제기할 요건이 되지 않음에도 이를 인정한 오류가 있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수 주주인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상업적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다른 소수 주주인 엘리엇의 투자에 대한 손해 배상 책임까지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중재판정부가 이를 투자 관련 조치로 판단한 것은 ‘소수 주주는 자신의 의결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소수 주주에게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상법상 대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삼성물산 소수 주주 중 하나에 불과한 국민연금이 자신의 상업적 의결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소수 주주인 엘리엇에 대해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이 원칙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연금이 한국법상 국가기관이 아닌데도 ‘사실상 국가기관’으로 판단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 귀속된다고 본 중재판정부의 판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라는 개념에 근거해 정부 책임을 인정한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재 판정 과정에서 공식 제출한 투자협정 해석에 대한 의견서에서 “한미 FTA상 당국의 조치로 인정되는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비정부기관의 조치’는 ‘그 기관이 위임받은 정부적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물산 소액 주주들이 한국 법원에 제기한 합병무효소송 및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권남용 등 위법행위가 있었더라도 국민연금이 결과적으로 독립된 의결권 행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도 근거로 들었다.

한 장관은 “이 사안은 일부 공직자들이 부당하게 관여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안으로, 제가 누구보다도 전모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승소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안은 소수 주주 한명에 불과한 상업적 의결권 행사 정하는 내부적인 동기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던 것”이라며 “불복을 저지른 사람이 엄정한 처벌을 받은 형사 판결과 궤를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구상권 청구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장관은 “구상권의 문제는 중재 결정을 수용한다는 전제에서 나오는 이야기”라며 “판정이 잘못됐으니까 바로잡겠다는 것이므로, 현 상황에서 구상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 “판정 수용하면 부당한 ISDS 제기 이어질 것”

한 장관은 “공공기관 등이 소수 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ISDS 사건은 찾기 어렵다”며 “정부가 취소 소송을 제기해 바로 잡지 않으면 향후 우리 공공기관 및 공적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ISDS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중재판정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엘리엇 사건과 닮은꼴인 ‘메이슨’ 사건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메이슨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 조치로 최소 2억달러 손해가 발생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은 앞서 2018년 7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하고 7억7000만달러(환율 1288원 기준, 9917억원)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엘리엇 측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할 당시 한국 정부가 부당 개입해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행사하도록 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의 7.12%를 보유하고 있던 엘리엇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자신을 포함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합리하다며 합병을 반대했다.

PCA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20일 엘리엇 측의 주장을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6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배상 원금과 이자, 법률 비용을 포함하면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지급해야 할 액수는 약 13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한 장관은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서 잘못된 판정을 바로잡고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불필요하게 낭비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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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재판정부 계산 오류로 배상금 60억원 증가”

정부는 취소소송과 함께 판정문상의 오류 정정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정부는 엘리엇 ISDS 사건 판정문에서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계산상 오류와 불분명한 판시사항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중재판정부 판정 해석·정정 신청 이유를 밝혔다.

중재판정부가 삼성물산이 합병 후 엘리엇에 지급한 합의금을 ‘세전 금액’으로 공제해야 한다고 설시했지만 실제 계산 과정에서 합의금을 ‘세후 금액’으로 공제한 명백한 계산상 오류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로 인해 손해배상금이 약 60억원 증가했다고 판단했다.

또 중재판정부가 판정 이유에서 손해배상금 원금에 붙는 326억원 상당의 판정 전 이자를 원화로 지급해야 한다고 설시해놓고 주문에서는 미화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에도 명확한 해석을 신청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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