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힘들어” 아파트 승강기 고치던 20대 추락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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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직전 “도와달라” 동료에 문자
‘2인 이상 작업’ 규정 안 지켜져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남성이 혼자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다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명 이상 작업하도록 한 안전 권고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25일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 반경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던 승강기 업체 직원 박모 씨(28)가 작업 중 추락해 숨졌다. 박 씨는 “엘리베이터 문이 안 열린다”는 고장 신고가 접수되자 점검을 위해 이 아파트를 찾았다고 한다. 경찰은 박 씨가 승강기 통로에서 수리 작업을 하다 발을 헛디뎌 7층 높이(약 20m)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혼자 작업하던 박 씨는 사고 직전 동료 A 씨에게 “혼자 작업하기 힘들다. 도와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연락을 받은 A 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사고가 난 후였다. A 씨는 도착 7분 만에 지하 2층에서 박 씨를 발견한 뒤 119에 신고했지만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이미 박 씨는 심정지 상태였다. 박 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행정안전부는 ‘승강기 안전운행 및 관리에 관한 운영규정’에서 “점검반을 소속 직원 2명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행안부 고시는 일반 국민에 대해선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규정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의무 규정이 아니다 보니 업체들이 잘 안 지킨다는 것이다. 이달 16일에도 경기 오산시의 한 상가 건물에서 혼자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던 30대 남성이 추락해 사망했다.

박 씨는 발견 당시 안전모 등 안전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추락 위험이 있는 현장에선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돼 있다. 장종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둘이 작업했다면 이번처럼 신고가 늦어지는 일 없이 병원 이송 및 치료가 빠르게 이뤄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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