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 유도하려 BJ 경쟁 부추겨…죽음 부른 ‘엑셀방송’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20일 06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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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임블리 사망 소식에 BJ들 향한 질타 거세
후원금 위해 경쟁 붙여…성적비하·욕설 난무
BJ들 순위 매기는 일명 '엑셀방송' 도마 올라
"선 넘는 방송엔 강력한 처벌 필요" 주장↑

생방송 중 극단적 선택을 한 레이싱 모델 출신 유튜버 임지혜(37·방송명 임블리)씨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 11일 사고 직전 전 부천 지역 인터넷방송인들과 방송을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큰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J(인터넷방송 진행자)들 간의 자극적 경쟁을 유도하는 라이브 방송 문화가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유튜브 등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 11일 부천 인터넷방송인 연합 ‘정신병즈’와 음주방송(술먹방)을 진행한 후, 자택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그는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일명 ‘부천 헬파티’라고 불리는 이 방송은 시청자들의 후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BJ들 간의 자극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진행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방송에 참여한 시청자가 후원금 5만원을 내면 BJ가 술을 마시는게 규칙이었다. 그리고 후원금을 많이 받은 BJ는 방송 내에서 더 높은 서열을 차지했다.

당시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A씨는 후원 순위의 우위와 임씨에 대한 악플을 이용해 그를 점차 자극했다. A씨는 울고 있는 임씨를 향해 “벽보고 울어 재수 없으니깐”, “애 팔지 마”라며 도를 넘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여러 차례 이같은 발언이 이어지고 두 사람의 갈등이 증폭됐지만 방송의 주최자였던 B씨는 이런 상황을 사실상 방치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방송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자신을 위한 후원금만 요구할 뿐,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는데는 소홀했다. 방송 댓글창 여론에 따라 임씨를 나무라거나 핀잔을 주기도 했다. 심지어는 성폭력으로 볼 수 있는 신체 접촉이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해당 술먹방에 참여했던 BJ들은 대부분 스트리밍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다 문제를 일으켜 영구정지 조치를 당하고 유튜브 등에서 방송을 하던 인터넷방송인들이다. 이들은 이전부터 아프리카TV에서 ‘엑셀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던 방송 형태를 더욱 자극적인 술먹방으로 변형시켜 시청자들을 끌어모았다.

엑셀방송은 BJ들의 이름을 엑셀에 정리하듯이 나열한다는 뜻에서 나온 이름이다. 유명 BJ가 게스트 BJ 여러명을 초대해 이들이 받은 후원금을 순위를 화면에 표시해 경쟁을 유도하는 형식을 취한다. BJ들은 시청자들이 제시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후원금을 받는다. 주최자는 방송 후 게스트 BJ들에게 기여도에 따라 수익을 분배한다. 방송에서 자극적인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후원 규모가 굉장히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자극적인 경쟁으로 후원금을 유도하는 방송은 인터넷방송의 병폐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인터넷 방송인 C씨는 이날 뉴시스와 만나 “1인자들은 말 그대로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 많은 후원금을 받으려고 성희롱과 인신공격도 일삼아 수치심을 안겨준다”며 “여기에 동료 방송인들도 자연스럽게 묻어가 공격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걸 당하는 입장에선 엄청난 수치심을 느낀다. 한 사람의 영혼을 무너뜨리는 수준이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정말 많이 참고 버티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후원을 받으려 도를 넘은 인터넷에 누리꾼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온라인 게시판에 “갈등 일으켜서 후원을 늘리려고 더 욕하며 부추기는 BJ들은 반성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상대방에 과도한 비난과 선을 넘는 방송 행태에 대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유튜브 영상 댓글에 “성적 비하 발언과 욕설 폭력이 난무하는 그런 방송으로 후원 유도하는 이들은 이번 기회에 제도적으로 강력하게 처벌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한편 남양주남부경찰서는 당시 음주방송을 했던 BJ들을 불러 임씨의 사망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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