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 가려는 문과생, 의대는 사실상 불가”… 과학탐구 등 가산점 부여로 ‘칸막이’ 여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4일 03시 00분


2025학년도 대입전형 분석해보니
필수과목 미지정大 17곳 늘어도 교차지원서 문과생 여전히 불리
미적분-기하 이수땐 경쟁력 상승… 고려대 7년만에 논술전형 재도입
수시 학종서 활동내역 축소-폐지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최근 2025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수학과 탐구영역에서 필수과목을 지정하지 않는 4년제 대학이 2024학년도보다 17곳 늘었다. 고려대가 7년 만에 논술전형을 다시 도입한 점도 눈길을 끈다. 현재 고2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5학년도 대입의 주요 변화를 고교 현직 교사들과 입시업계의 설명을 종합해 정리했다.

―2025학년도부터 문·이과 교차지원이 가능한 곳은 어디인가.

“2024학년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필수 선택과목을 지정하지 않은 4년제 대학은 총 129곳이다. 2025학년도엔 건국대, 경희대, 광운대, 국민대, 동국대, 서울과기대, 성균관대, 세종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항공대, 한양대, 한양대(에리카캠퍼스) 등 17곳이 늘어 146곳이 됐다.”

―문과생도 의대 진학이 가능할까.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39개 의대 중 10곳이 문과생 지원이 가능하다.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등이다. 하지만 이과 최상위권 학생이 지원하는 이들 의대에 문과생이 실제 합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입시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문과생이 수학 ‘확률과 통계’에서 만점을 받아도 ‘미적분’ 만점을 받은 이과생보다 표준점수 만점이 낮다. 지난해 수능에선 두 과목 만점이 각각 144점, 147점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에 따르면 올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에선 그 차이가 6점으로 더 커졌다. 입시 전문가들은 의대 입시에서 이 정도 점수 차를 극복하는 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순천향대는 수학 ‘미적분, 기하’ 응시자에게 10%, 이화여대는 과탐 응시자에게 6% 가산점을 주는 등 10곳 모두 이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과목에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첨단분야 등 이공계 인기 학과 지원은 가능할까.

“의대가 아닌 이공계, 자연계에서 문과생들에게 교차지원 문턱이 낮아진 것은 맞다. 다만 진학 상담 교사들은 실제로 교차지원하는 학생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의 첨단분야 학과는 이과생에게도 인기가 높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문과생이 해당 학과에 가려면 학교 눈높이를 낮춰서 지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차지원에서 문과 학생의 불리함은 해소될까.

“학교마다 구체적인 전형 계획을 봐야 한다. 연세대는 인문계열의 수학 가중치를 2024학년도 33%에서 25%로 낮췄다. 그 대신 탐구과목은 16.7%에서 25%로, 국어는 33.3%에서 37.5%로 올렸다. 인문계열은 사회탐구에, 자연계열은 과학탐구에 각각 3%의 가산점도 부여했다.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문턱을 높인 것이다. 반면 서울대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은 문과생이 인문계열에 지원할 때는 가산점이 없지만 이과생이 이공, 자연, 의학계열에 지원할 땐 과학탐구에서 가산점을 준다. 이과생의 인문계 교차지원이 유리한 구조다.”

―문과생들이 반길 만한 변화는 없나.

“문과생이 자연계열에 지원할 때 과학탐구를 꼭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대학이 늘었다. 사회탐구에서 자신 있는 과목을 선택해 자연계열 진학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학과 선택에는 신중해야 한다.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분야 중에는 과학탐구의 물리, 화학, 생명과학 등을 이수해 기초학력이 뒷받침돼야 전공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분야가 많다. 대학들은 수학, 과학 기초 지식 없이 입학한 문과생들의 중도 탈락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문과생이 자연계열 진학을 희망한다면 어떤 전략을 세우는 게 좋을까.


“문과는 ‘확률과 통계’, 이과는 ‘미적분’이라는 과거 공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다. 문과생도 수학에 자신 있는 상위권 학생이라면 미적분 등에 도전할 만하다. 문과에서 미적분을 이수하면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 문과는 상경계열 희망 학생이 많은데, 경제학 등을 공부하려면 수학 기초학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과생이 주로 보는 미적분, 기하를 공부한 문과생은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상경계열 진학에 유리할 수도 있고, 정시에서 자연계열에 지원할 때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학평에서 39.1%였던 미적분 선택 비율은 올 3월 학평에선 43.4%로 올랐다.”

―그 밖에 눈에 띄는 변화는 어떤 게 있나.

“고려대가 2018학년도 이후 7년 만에 수시에서 논술전형을 다시 도입했다. 올해부터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비교과 영역 평가 시 활동 내역 항목이 축소되거나 폐지됐다. 서류만으로는 학생을 평가하기 어려워지니 우수 학생을 발굴하기 위해 논술전형을 신설한 것으로 보인다. 내신 성적이 조금 부족하거나,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들쑥날쑥한 수험생들에겐 노려볼 만한 전형이다.”

#2025학년도 대입전형#교차지원#가산점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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